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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라며 학생에 해준 것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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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그동안 명문이라는 이름 아래 대학이 큰 노력을 하지 않았죠. 교육의 질이나 교육을 통한 생산성에는 변화가 없었던 셈입니다. 심하게 말하면 졸업생의 명성 만으로 이제까지 살아남아 온 것이죠."

고려대 어윤대(魚允大.59)총장이 반성문을 썼다. 대학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총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기자와 인터뷰하는 자리에서다.

魚총장의 자아비판은 이어졌다.

"우수한 학생을 뽑았지만 학교에서 해준 것이 별로 없지요. 이들이 사회에서 재훈련을 받고 제 역할을 하면서 학교의 명성을 높여준 것뿐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제는 대학이 노력해야 합니다."

세계화와 무한경쟁 시대에서 사회와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대학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려대는 지난해 2월 목표관리제(MBO)를 도입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단과대나 학과별로 신임 교원 인사나 예산권을 넘기는 한편 연구 업적이나 우수 학생 등과 관련한 목표를 자체적으로 세운 뒤 그 성과를 예산 배정 등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는 "대학사회의 관습을 깨기 어려웠다"는 말로 대학사회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어려움을 밝혔다. 하지만 "지난 16~18일 제주도에서 성황리에 끝난 전체 교수 세미나가 변화의 청신호를 보여준다"며 변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魚총장은 이제 경쟁력 있는 인재 양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매년 재학생 850명을 교환 학생으로 해외 대학에 파견할 겁니다. 보다 많은 학생이 해외로 나가 다양한 문화에 눈을 뜨고 세계화에 기본인 외국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지요."

魚총장은 올 여름 계절 학기에는 미국의 스탠퍼드대와 예일대 등의 외국 대학 교수들이 영어로 강의를 진행하는 '국제하계대학'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올 1학기부터 미국 하버드대의 교양과정을 벤치마킹해 인문학적 소양을 강조하는 교양과정을 개설했다. 교양과정 강의는 전임교수들이 전담하도록 했다. 또한 2005년까지 전체 강의 중 30%를 영어로 진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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