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농 경영권다툼 전말-특정금전신탁 M&A가 "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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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주주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한농에 대한 동부그룹의 경영권참여는 현행법상 하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기업 매수.합병(M&A)은 투명성을 갖추고 경쟁적으로 이뤄져야 정당성을 갖추게 됨에도 불구하고,신종 기업인수방법으로 떠오른 특정금전신탁을 활용한 주식매집은 기존 대주주에게 전혀 방어기회를 주지 않고 비밀리에 행해진다는 점에서 법상 허점을 드러냈다.
◇경영권 다툼=국내 최대 농약제조회사인 한농은 53년 김창윤(金昌潤.90).정규삼(鄭奎三.80)씨가 동업으로 설립했다.金씨측 지분은 주총전까지 사장을 맡았던 金씨의 사위 신준식(申俊植)씨 등 24.45%였고 鄭씨측 지분은 부사장을 맡고 있던 아들 정철호(鄭哲鎬)씨등 24.75%였다.회사경영에 불만을 품은 鄭씨측은 동부그룹을 끌어들여 지난 28일의 주총에서 申씨측을 몰아내고 경영권을 장악했다.
◇동부의 경영권참여=동부그룹은 5개 계열사를 동원해 장기신용은행과 서울신탁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한농주식 18.31%를 사들인 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토록 했다.주총이 끝난 뒤곧바로 금전신탁을 해지해 지분명의를 계열사로 바 꿨다.동부제강8.78%,동부건설 5.35%,동부화학 1.88%,동부산업 1.88% 등 모두 17.89%를 소유했다.동부증권의 지분 0.
43%는 지난 1월 매각했다.
◇적법성 논란과 허점=박근우(朴根雨)증권감독원부원장보는『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소유한 주식의 권리행사 문제는 금전신탁의 계약상 원소유자가 권리를 행사토록 동부측이 특약을 맺어 둬 하자는없다』고 말했다.
다만 증권거래법상 지분율이 5%를 넘으면 증권관리위원회에 신고를 해야 하나 특정금전신탁을 통한 주식매입은 보고의무가 없다는 허점 때문에 비밀리에 지분을 확보하는 일이 가능했다.
◇당국대응=재경원과 증감원은 특정금전신탁의 경우도 소유지분이5%를 초과할 경우 증관위에 신고토록 해 기업인수시 투명성을 갖추고 기존 대주주가 방어에 나설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증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키로 했다.
〈許政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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