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정당배제案 통과싸고 정면충돌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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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민주당은 결전을 앞두고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4일 국회에는 의원들과 원외지구당위원장.의원보좌관들이 총출동해 민자당의 단독처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민주당은 이날도 의원총회를 열었다.
신기하(辛基夏.광주동)총무는 회의가 시작되자마자『오늘도 고생해야겠다』며 사기를 북돋웠다.이어 박상천(朴相千.고흥)의원은 10쪽에 달하는 자료를 돌리며 정당공천 배제논리에 적극 대응할것을 주문했다.
朴의원은『6년간 준비해 2년간 협상을 벌여 만든 법을 하루아침에 날치기로 바꿀수 있느냐』며『민자당의 개정안은 국민의 참정권 제한이자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화갑(韓和甲.신안)의원은『지방자치는 근본적으로 지역당 정치』라며 지역당 비난에도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참석자들은 모두 굳은 얼굴이었다.
의총이 끝난뒤 민주당 의원들은 본관3층 내무위 회의실을 점거한채 실력저지에 들어갔다.
이날 국회는 오전10시부터 행정위.재정경제위.교육위.통신과학위 등 4개 상임위가 예정돼 있었다.그러나 민주당 소속의원들은상임위 활동에 불참했다.다만 교육위원장과 통신과학위원장을 맡고있는 이영권(李永權.장흥)의원과 장경우(張慶宇 .안산-옹진)의원은 일단 상임위에 참석했다가 빠져나와 상임위 활동 파행의 책임을 면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민주당은 총무단 주최로 원내 대책회의를 열고 이미 저지조까지편성해 놓았다.김원기(金元基)부총재를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 저지조에 임명하는등 모두 7개의 저지조다.이기택(李基澤)총재는당초 지방출장계획이 있었으나 이를 취소했다.
민주당은 회기가 끝나는 7일까지 철야로 국회를 지킨다는 방침이다.특히 일요일인 5일에도 민주당의원들은 국회를 지킬 방침이다.일요일도 방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민주당의원들은 전날 자정까지 국회를 지켰었다.신기하총무는 3일 오후 민자당의 현경대(玄敬大.제주시)총무로부터『1주일만 회기를 더 연장하자』는 제의를 받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일체 논의에 응하지 않고 회기 연장이나 별도의 임시국회 소집도 반대한다는 당론에 따라서다.민주당은 결전을 앞두고 과거「3선개헌 반대」당시를 들먹이고 있다.긴장속에 결사항전의 분위기다. ○…민자당 김덕룡(金德龍.서울서초을)사무총장은 4일 민주당을 강력 비난했다.그리고 그는 민주당의 투쟁을 정면돌파해 나갈의지도 표명했다.『국정을 책임진 집권당이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해야할 일을 방기하면 되겠느냐』『지방선거 전에 고칠 것은 꼭,그리고 최대한 빨리 고쳐야 한다는게 우리당 방침』이라고 강조했다.이날 열린 고위당직자회의는 급박하게 움직였다.어떻게든 이번 임시국회에서 기초단체선거의 정당공천을 배제하는 통합선거법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민자당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귀국(15일)전을 국회처리의마지노선으로 잡아놓고 있다.때문에 이 기간중 야당을 설득해보고對국민 명분을 축적한 뒤 적절한 시기를 택해 밀어붙인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러나 회기를 연장할 것인지,아니면 7일 끝나는 이번 회기중에 단독강행할 것인지의 최종판단은 일단 유보하고 있다.아직 여론지원이 덜돼 있고 당내에 이같은 밀어붙이기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선거를 코앞에 두고 문제를 제기한것도 득될게 없는데 날치기까지 하면 진짜 큰 일』이라고 걱정하는 의원들도 꽤 많은 것이다.
그럼에도 민자당 지도부는 개의치 않고 있다.오히려 빨리 해치워야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도 줄어들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자당은 이처럼 정당공천 배제 문제에 관한한 도저히 양보할수 없다는 입장이다.그동안『당리당략이 아닌 국익차원에서 제도개선을추진하는 것』이라며 밀어붙여 왔기 때문에 명분상 발을 빼기 어려운 실정이다.공천할 경우 발생할 잡음과 그 후유증(공천탈락자들의 이탈등)을 생각하면 더욱 물러날수 없다.
그러니 민주당의 공격에 맞대응하지 않을수 없다.민주당의 대화거부.법안상정 저지 방침을 비판할수록「날치기」명분도 축적된다고보고 있다.『야당이 비이성적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단독처리가불가피하다』는 점을 유포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는 것이다.
〈李相逸.朴承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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