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교육발전과 대학개혁-교수들 怠慢 말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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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中央日報는 지난해 어느 기관에서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학 평가 작업을 벌인데 이어 최근엔「국립 서울대학교」시리즈를 통해우리 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짚어가고 있다.아주 바람직한 일이다.그러나 사실 이같은 시도는 벌써 오래전에 이루어졌어야 했을 일들이다.
사회 각 분야와 국제 환경의 변화에 우리 대학.대학인이 과연얼마만큼이나 대응하고 있는가.혹시 대학이 변화와 개혁을 선도하기는 커녕 잘못된 권위속에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20년 넘게 미국의 대학에 몸담고 생활하면서 느끼고 경험하는여러 일들을 통해 우리 대학의 현실에 많은 상념을 갖게 된다.
미국에서 대학교수라는 자리는 쥐꼬리만한 봉급에 학교행정에 시달리고,학생들에게 평가받는 참으로 고달픈 직업이다.물론 정년이보장되는 제도(Tenure)가 있기는 하지만 실력.능력이 없으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학문의 세계에서 언제든 물러날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시간 낭비를 줄이기 위해 집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기까지 한다.강의가 있든 없든 연구실에서 거의 하루 종일을 보내는 것은 전혀 새롭다거나 이상한 일이 아니다.교수 세계에서 휴식(break)은 있을 수 있 으나 휴가(vacation)란 말은 불필요한 용어다.
그러나 우리 대학사회의 현실은 어떤가.
어떤 교수의 학문적인 성취도보다는,그가 어느 대학을 나왔고 무슨 학위를 갖고 있는가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교수들이총장 직선을 하느라 그 추태를 연출하는 것인가.
가끔 한국 신문에 나오는 교수 채용 광고를 본다.전공분야의 교수를 뽑는데「원칙적으로 35세 미만인 자…」등등의 조항을 읽으면서 도대체 대학교수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학자란 어떠해야하는지를 생각이나 해보고 이런 광고를 내는지 참 으로 부끄러운생각이 든다.교수로서 그 분야에서의 능력.실력만 있다면 나이가20세면 어떻고,80세면 어떤가.
대학에서 학맥.인맥이 왜 필요하단 말인가.어느 대학 전임교수의 95%가 그 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다. 종강후 그 강의에 대한 학생들의 평가제도는 장단점이 있겠으나 교수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본다면이런 제도도 당연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물론 열악한 연구 여건과 과중한 강의 부담속에서도 연구실을 지키며 학문에 몰두하는 교수들도 적지않을 것이다.그러나 이런 교수가 과연 얼마나 되느냐가 문제다.
최근 한국에서는 세계화가 논의되며 교육개혁 문제가 중요한 과제로 대두하고 있다.여러 개혁과제가 있을 것이나 교육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 대학교육의 개혁이 급선무라 생각 한다.
현실에 안주하는 대학에 자극을 주고 경쟁 풍토를 체질화하는 내용으로 대학교육의 시스템과 제도 개혁을 제안한다.

<서광하 미국 켄터키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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