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版 유관순 누나 '노래하는 여승' 석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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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짐승처럼 취급받고 있지만 이런 일들로 티베트인들의 독립 열망은 식지 않아요."

중국 감옥에 수감돼 있던 중 끓어오르는 조국애를 노래로 만들어 창살 밖 세상에 들려줬던 14명의 티베트 여승. 이들 중 마지막 수감자인 푼속 나이드론(37)이 15년 만에 라싸의 드라프치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7일 보도했다.

티베트 정치범들의 석방 문제를 다뤄온 두이화 재단의 존 캄 이사장은 "형 만기를 1년 앞두고 석방됐다는 소식을 중국 공안당국에서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푼속은 1989년 티베트의 독립을 외치다 '반혁명 선전.선동'혐의로 기소돼 8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 복역하던 13명의 여승은 93년 녹음기를 몰래 감옥 안으로 들여와 조국애와 가족에 대한 사랑.그리움을 담은 노래를 녹음했다.

이들의 노래 테이프는 외부로 반출돼 티베트인들의 심금을 울리며 독립 열망을 고취했다. 이때부터 이들에겐 '노래하는 여승들'이란 애칭이 붙었으나 그 대신 '괘씸죄'가 추가됐다. 이 때문에 푼속의 형량은 16년으로 두배 늘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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