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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교사 910명에 물었더니 “영어로 수업 60%가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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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초등학생 영어교육으로 유명한 서울 영훈초등학교 심옥령 교감은 27일 “영어로 가르친다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어는 할 줄 알지만 꼭 알아야 할 교과의 기본 용어와 개념이 부족하고, 사고력이 뒤떨어지는 학생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 교감은 “영어 수업은 철저한 교사 교육과 세밀한 교육 방법론이 뒷받침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들이 새 정부의 영어 교육 개편안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교총이 18~25일 온라인에서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교 교사, 교감·교장 9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교사의 60%가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25일 한국교총과의 간담회에서 “연구 많이 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교육계를 다독거렸다. 하지만 영어수업은 물론 일반 교과목까지 단계적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새 정부의 개편안에 찬성하는 교사들은 16.6%에 불과했다. 영어 수업이 확대될 때 나타날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교사들 중 48.8%는 “영어로 수업하는 과목의 학습 내용이 심화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영고 주석훈 영어 교사는 “우리말로 설명해도 아이들의 받아들이는 수준이 제각각인데 영어로 하면 과연 몇 명이나 알아들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영어 사교육비 증가(20.8%)와 부담 가중(18.5%)을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새 정부의 공교육 영어 방안이 성공하려면 교사 수업 능력이 향상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66%로 가장 많았다. 25.2%는 원어민 보조 교사 확보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은 “역대 정부의 교육정책과 마찬가지로 교사들의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새 정부의 교육개혁안도 실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교사들이 영어로 진행하는 수업을 강화하면 실력이 들통 날까 봐 두려워 반대하고 있다”며 “교원평가제를 전면 실시해 교단에 경쟁력을 불어넣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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