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중견기업] 화장실을 우아하게 …‘명품 욕실’ 꿈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4면

박종욱 로얄 토토 대표이사가 서울 논현동에 있는 '갤러리 로얄'에서 욕실 용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서울 논현동 학동사거리의 ‘갤러리 로얄’에 가보면 물과 사람이 만나는 복합 문화공간이 있다. 문을 열고 건물로 들어서자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확 트인 공간이 방문객의 가슴을 시원하게 만든다. 여기에는 젊은 작가들의 회화나 조각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와 함께 레스토랑도 있다. 나무계단을 따라 지하 1층으로 내려가자 욕실 용품 업체인 로얄 토토의 전시장 ‘목간’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로얄 토토가 생산하는 세면기나 각종 수도꼭지(수전금구), 비데, 변기 등이 전시돼 있다. 특히 노인이나 아이들을 위한 욕실 용품과 평형별 욕실 샘플 등이 마련돼 있다. 욕실을 개조하려는 사람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많다.

이 업체는 갤러리 로얄을 만드는 데만 300억원을 썼다고 한다. 중견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은 액수다. 하지만 로얄 토토는 앞으로도 이곳에 계속 투자를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했다. 바로 로얄 토토가 추구하는 기업의 이념과 브랜드 전략이 응축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박종욱 대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로얄 비니(ROYAL-Vini)와 대중 제품인 로얄 티(R-T)의 출시를 계기로 브랜드를 알리고 기업의 이미지도 끌어올리기 위해 이 같은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욕실 용품은 소비자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아직 높지 않은 시장이다. 그런데 아파트의 명칭은 물론 가구나 부엌·전등·새시에 이르기까지 많은 주택 용품이 자기 브랜드를 강조하는 게 최근의 추세다. 하지만 욕실은 워낙 다양한 종류의 건축 자재가 들어가다 보니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일일이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또 건설 업체가 주택을 지을 때 다른 마감재와 함께 욕실 용품을 마구잡이로 골라 정작 소비자의 기호나 취향과 관계없이 꾸며지기 일쑤다.

 그러나 로얄 토토의 생각은 다르다. 욕실은 집에서 가장 안락하고 편안한 곳인 만큼 고객의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 생활에서 욕실만큼 중요한 공간이 또 어디 있느냐”며 “고객이 직접 피부를 대고 사용하는 제품들인데 맘에 드는 것을 직접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얄 토토가 브랜드 구축 작업을 시작하면서 만만치 않은 도전에 직면한 것도 사실이다. 욕실 용품은 건설 업체가 신규 주택을 지을 때 자의적으로 고르는 규모가 시장의 50%를 넘기 때문이다. 개인들이 화장실 개조나 개인 주택을 지을 때 사용하는 시장은 30% 안팎에 불과하다. 욕실 용품을 브랜드화하기가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다. 그래서 대형 시장을 제쳐두고 그보다 작은 시장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것이 당장의 이익을 내야 하는 기업에 적합한 전략인지 동종 업계에서조차 의아해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주택시장과 주거가 안정될수록 욕실 공간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도 높아지고 선택의 폭도 커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몇 년 뒤를 내다보고 씨앗을 뿌리는 심정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앞으로도 서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로얄 토토는 이 같은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기 위해 디자인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고객의 감성을 파고들 수 있는 디자인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결국 갤러리 로얄은 이 같은 사업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전초기지인 셈이다.

 로얄 토토는 올해로 설립된 지 38년째를 맞는다. 1970년 로얄 금속사로 출발해 각종 수도꼭지와 비데 등을 만들어 왔다. 2005년에는 도기사업에 진출해 변기와 세면기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박 대표는 창업자인 박신규 회장의 외아들이다. 박 회장은 50~60년대 영남일보와 매일신문에서 언론인 생활을 하다가 이 사업을 시작했다. 박 대표는 86년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다가 99년에 대표이사를 맡았다.

장정훈 기자,사진=양영석 인턴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