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마늘주사와 감초주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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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마늘은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비문에 ‘스태미나 식품’으로 기록돼 있다. 피라미드를 쌓기 위해 동원된 노예 등에게 마늘을 먹여 체력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요즘은 항암식품으로 더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 수행된 역학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간 1.5㎏씩 마늘을 먹는 사람이 암에 걸릴 위험은 거의 안 먹는 사람에 비해 50%나 낮았다.

 감초는 한방에선 필수 약초다. ‘약방에 감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의학에선 대개 여러 약재 성분을 조화시키고 약의 독성을 완화시키기 위해 쓴다.

 뜬금없이 이 둘이 요즘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마늘주사와 감초주사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돼서다. 뉴욕에 ‘뉴욕제과’가 없듯 마늘주사와 감초주사엔 마늘이나 감초가 없다. 대신 마늘과 감초의 일부 약효 성분이 들어 있다.

 마늘주사의 경우 비타민 B1이 주성분이다. 그러나 일반 비타민 B1이 아니라 활성형(푸르설티아민)이다. ‘일반 비타민 B1+알리신(마늘의 냄새 성분)’이 곧 활성형이다. 활성형은 일반형에 비해 체내 흡수가 잘되고 몸에 오래 머무는 것이 장점이다.

 활성형 비타민 B1이 주성분인 약도 있다. 아로나민 골드다. 그래서 이 약 복용 뒤 입에서 마늘 냄새가 난다.

 마늘주사는 먹는 약인 아로나민 골드를 주사제로 바꾼 것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 주사제는 효과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마늘주사를 맞은 뒤 피로가 바로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래서다.

 활성형 비타민 B1을 마늘주사나 약 대신 음식으로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 돼지고기(비타민 B1 풍부)를 먹을 때 마늘을 곁들이는 것이다.

 요즘 일부 개원가에선 마늘주사를 노화 억제, 정력 증강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 중이나 아직까지 이런 효과를 객관적으로 입증한 연구 결과는 없다. 대형병원에서 마늘주사를 처방하지 않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감초주사의 경우 감초에 들어있는 글리시리진이 주성분이다. 감초주사는 마늘주사보다 연구가 많이 진척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감초주사를 간기능 개선과 두드러기, 습진, 알레르기성 피부질환 치료를 위해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그러나 ‘감초주사의 노화 억제, 피로 회복, 피부 미용 효과’를 거론하는 것은 명백한 과장 광고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감초가 아토피·건선 등의 치료를 돕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하지만 이 연구들은 감초주사가 아닌 ‘감초연고’를 가지고 수행한 것이어서 ‘감초주사=아토피 치료제’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마늘주사는 큰 부작용은 없다. 주성분이 체외 배설이 잘되는 수용성 비타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초주사를 과량·장기간 주사하는 것은 금물이다. 글리시리진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증가시켜서다. 특히 노인이 감초주사를 매일 맞을 경우 저칼륨혈증·두통·고혈압 등 부작용에 시달릴 수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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