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龜裂-가뭄 저수지바닥 거북이 등처럼 갈라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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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균(龜)은 한자에서 牛(소 우),馬(말 마),虎(호랑이 호),鼠(쥐 서)등과 함께 동물을 뜻하는 전형적인 상형문자에 속한다.그것은 거북이를 위에서 본뜬 모습이다.
열(裂)은 알(알),도(),의(衣)의 겹합이다.알은 앙상한 뼈다.참고로 뼈(알)에 살(月)이 조금 붙어 있는 것이 「골(骨)」로서 어쩐지 두 글자의 모습이 비슷하다.
그런데 사람이 죽을 때는 뼈만 앙상하게 남게 마련이다.따라서알은 「죽음」을 뜻하기도 한다.그래서인지 한자에서 「알」이 들어 있는 글자는 모두 「죽음」과 관계가 있다.死(죽을사),殃(재앙 앙),殆(위태로울 태),殉(죽을 순)등.
열(列)은 뼈(알)에 칼()을 댄 모습,곧 뼈를 발라내는 것으로 「분해(分解)」의 뜻이 있다.그러므로 裂은 옷(衣)을 분해한다(列)는 뜻이 아닐까.옷을 만들기 위해 가위로 천을 재단(裁斷)하는 것으로 본뜻은 「가르다」가 되겠다.
한자어를 보면 재미있는 표현이 많다.특히 동물의 특성을 비유해 만들어진 단어가 그렇다.토순(兎脣.토끼의 입술.언청이),타배(駝背.낙타등.꼽추),학슬(鶴膝.학처럼 긴 다리),봉요(蜂腰.벌처럼 잘록한 허리)등.
균열(龜裂)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것」을 뜻한다.일찍이 없었던 혹심한 가뭄으로 저수지 바닥은 온통 龜裂과 같다.전국민의 걱정이 많다.하루 빨리 비가 오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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