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와인 거래 허브’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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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홍콩이 뉴욕·런던에 이어 세계적인 와인 경매의 허브로 자리 잡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밝혔다. 금융·물류·문화뿐 아니라 포도주 거래에서도 지구촌 중심도시가 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비스 업계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홍콩서비스업연맹은 21일 40%인 포도주 주세를 철폐해 달라는 건의서를 홍콩 정부에 제출했다. 홍콩은 대부분 수입상품에 대해 면세를 하고 있으나 술·담배·석유·화장품 등은 사치품이라는 이유로 고액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건의서는 현재 포도주 주세로 걷는 돈은 수억 홍콩달러에 불과하지만, 주세를 폐지할 경우 관련 비즈니스 창출 효과로 40억 홍콩달러(약 4860억원)의 수입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의 와인시장이 향후 수년 내 세계 최대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국제적인 와인 거래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중국의 와인 소비 증가율은 61.8%로 세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홍콩 정부의 재정사무국 대변인은 24일 “정부가 건의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2008~2009 회계연도 예산 편성에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예산을 짜면서 당초 80%였던 포도주 주세를 40%로 낮추고,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 혹은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국제 와인업계도 호의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세계적 경매회사인 크리스티는 홍콩 정부가 포도주 주세를 철폐할 경우 즉각 홍콩에서 와인 경매를 개시, 아시아 최초의 와인 허브가 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해 뉴욕·런던·암스테르담 등 9개 도시에서 39건의 경매를 통해 7160만 달러어치의 와인을 판매했다. 그런가 하면 1999년 설립된 런던의 국제포도주거래소(Liv-ex)도 홍콩에서 와인 경매가 실시될 경우 현지 에이전트 등 관련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했다.

전 세계 와인 경매시장 규모는 2억4053만 달러(약 2284억원, 2006년 기준)로 전년 대비 45%나 늘었다. 이 중 약 70%를 미국이 차지한다. 영국의 4배 수준이다.

이에 따라 뉴욕이 런던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와인 경매 허브로 부상했다. 크리스티와 소더비가 미술품뿐 아니라 와인 경매에서도 세계시장을 주도해 왔으나, 최근엔 애커 메럴&콘디트·재키스 등 뉴욕에 근거를 둔 신흥 와인 경매회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런던의 경우 ‘Liv-ex 100’이라는 와인투자지수(보르도의 최상급 와인 100개의 가격을 추산해 산정)를 만들고, 각종 와인 투자 펀드를 운용하는 등 와인 재테크의 중심도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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