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의 꽃 코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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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특정한 배역없이 춤추고 노래하는 배우들인 코러스.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뮤지컬의 하이라이트 제조기로 불리지만 막이 내리면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기 얼굴이 없는배우들.그래서 흔히 「스타의 그림자」로 일컬어지며 無보수.無얼굴.無소속 3無의 푸대접에 익숙해온 이들 코러스에 대한 인식이최근 크게 바뀌고 있다.
「전문 코러스가 전문 뮤지컬을 만든다」.
요즘 연극계에서 코러스를 두고 하는 말이다.이 말 속엔 최근수억원대의 대형 뮤지컬이 러시를 이루면서 전문 코러스에 대한 필요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는 우리 연극계의 추세가 단적으로 드러나 있다.우리 뮤지컬은 자본력이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때문에 브로드웨이 뮤지컬처럼 헬기를 무대 위로 뜨고 내리게 할 수는 없다.또 첨단 컴퓨터 시스템을 동원한 화려한 세트등 무대 메커니즘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차선책은 정교하고 화려한 춤과 노래.그것을 책임져줄 전문 코러스 확보가 시급해진 것이다.이에 따라 공개 오디션을 통해 보다 재능있는 코러스를 선발하고 연봉제나 공연계약제를 도입해 전문 관리체계를 갖추려는 극단이 늘고 있다.뮤지컬 전문극단 에이콤(대표 윤호진)이 대표적인 예.지난해 1월 『아가씨와 건달들』로 창단공연을 가진 에이콤은 창단 1년전인 93년 2백7명이 몰려국내 최대의 성황을 이뤘다고 평가된 공개 오디션을 통해 코러스를 선발했다.공개 오디션 자체 가 낯설었던 시절이라 화제가 됐고 최종 선발된 25명에게 월급제를 실시한 것도 전례없는 일이었다. 李正宰기자 월 30만원정도의 박봉이었지만 가난한 연극계에선 파격적인 대우였다. 한공연을 위해 급히 뽑았다가 공연이 끝나면 뿔뿔이 ,흩어지는 1회성 코러스로는 작품의 질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공연이 없을때도 계속적으로 연습과 훈련을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처럼 공을 들인 효과가 나타난것이 지금 이극단이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공연중인 록뮤지컬 "스타가 될거야"작품의 좋고 나쁨을 떠나 코러스의 율동과 노래만큼은 국내최고라는 평가를 얻어냈다.
이밖에 극단 현대극장이 지난해부터 연봉제를 도입해 약30명의코러스를 관리하고 있다. 신인의 경우 월30만원 정도,6~7년의 고참쯤되면 월80만원정도다. 지난해말 현대극장이 공연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에서 강산에등 스타들의 연기가 돋보인데는 이들의 훈련된 춤과 노래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도 나왔다. 타 직종에 비해 어림없이 적은 이정도의 보수도 2~3년전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액수다.
현재 연극계에서 활동중인 코러스는 줄잡아 약 2백50명. 대부분 보수나 대우보다 미래의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이다. 이작품 저작품을 찾아다니며 출연하기 때문에 철새군단으로도 불리는 이들중 실제 뮤지컬 스타의 꿈을 이루는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특히 남자무용과 출신은 무용계에서도 남자 무용수가 귀한 형편이라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안무가가 짜낸 동작을 소화해낼수준의 코러스를 구하기도 쉽지않다. 다음달 공연될 "마지막 춤을 나와함께"는 이달초 오디션을 통해서도 적정수의 남자코러스를 구하지 못해 백방으로 수소문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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