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수영화산책>포레스트검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IQ 75-.어려선 보조기구를 달고서야 걸을수 있을만큼 신체적인 결함에 시달려야 했다.홀어머니 밑에서 주변사람의 냉대와 놀림속에 자랐으며 평생을 통하여 단 한 여자만 사랑했다.그것도메아리 없는 짝사랑이었다.우정이상의 사랑은 한번 도 주지않고 떠나버린 소꿉친구는 방탕한 히피생활로 세속의 때를 잔뜩 묻힌채병객으로 돌아와선 인심쓰듯 결혼에 응했다.그리고 얼마 안있어 홀연히 세상을 떠나버려,뒤늦게 노총각을 면한 저능청년은 일점혈육만 얻은채 홀아비 신세가 됐다.
이 불쌍한 주인공의 이름이 포레스트 검프다.그는 소녀에 대한일편단심 때문에 신체적 장애를 극복하고 건장한 청년으로 성장할수 있었다.누가 놀려도 당하기만 하고 전장에선 목숨을 걸고 전우를 구하는 그의 우직함은 아름답다기보다 연민 을 자아낸다.벙어리 삼룡같다고나 할까.장애자나 저능아에 대한 미국사회 특유의애정이 전편에 엿보인다.
스크린 전반에 걸쳐 휴머니즘색깔이 강하다.미국영화라고 하면 때리고 부수고 벗는것 아니면 스릴.황당.기발로 엮어진 오락물로생각하게 마련인데 이 영화는 그런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없다.작년에 아카데미상 작품상을 받은 『쉰들러 리스트』 도 휴머니즘 요소가 강하지만 재미와 스펙터클이 가미된 대작이었다.그와 달리이 영화는 60년대를 산 불행한 미국청년의 일대기를 담담한 회상조로 엮었다.
그렇다고 사회성이 없는 평범한 휴먼스토리만은 아니다.베트남전개입을 규탄하던 미국사회의 거대한 반전물결을 비추는가 하면,한때 미국을 풍미했던 히피문화의 현장을 생생히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와중에서 외롭게 바보처럼 살았던 한 청년의 순애와 의리와헌신이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미국이 만일「우리시대의 위대한 서민」을 내세운다면 바로 포레스트 검프같은 인물일 것이다.
이 영화는 곧 발표될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 리스트에 올라있다.작년의 대작과는 달리 올해엔 평범한 한 개인의 삶을 조명한작품이 세계최고의 영예를 안을지 모른다.그렇다면 그것은 또 다른 휴머니즘의 승리라 할것이다.
본지 편집담당국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