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 지금 어디서 어떻게 훈련하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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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29일 연말 분위기가 한창일 때 박태환(19·경기고)은 인천공항을 통해 조용히 전지훈련지인 호주로 떠났다. 감독도 트레이너도 없는 '홀몸'이었다. 직전까지 그를 지도했던 코칭스태프가 후원사인 스피도측과 재계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드니에 도착한 박태환은 1월4일 현지에 합류한 새 코칭스태프의 지도로 현재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박태환 후원사인 스피도측에 따르면 현재 박태환의 훈련을 돕고 있는 사람은 전 국가대표 감독 유윤겸씨를 비롯해 웨이트 트레이너, 물리 치료사, 훈련 파트너 2명 등 모두 5명이다. 시드니를 전훈지로 택한 것은 지금 시드니 기온이 올림픽이 열릴 때의 베이징 기온과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현재 시드니는 낮 최고 기온이 34~35도 정도다.

박태환이 아쿠아틱 센터 인근 공원에서 러닝 훈련도중 훈련파트너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박찬희(경기고 1), 박태환, 박영호(서울체고 3) [사진제공=스피도]

박태환은 그동안 경기출전 경험을 통해 이번에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훈련을 떠났다. 바로 지구력이다. 유윤겸 감독도 "지구력이 많이 부족하다"며 "결국 훈련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구력 배양에 포커스를 맞춘 박태환의 주중 일정은 버겁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해 하루 7시간의 훈련량을 소화한다. 5시간 동안 물속에서 훈련하는데 헤엄치는 거리만 15㎞에서 18㎞ 정도다. 2시간씩하는 웨이트 트레이닝도 숨이 차오른다. 킥을 하는데 중요한 허리근육 강화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현재 박태환은 시드니올림픽 공원내 아쿠아틱 센터에서 센터 클럽팀과 같이 훈련하고 있다. 토니 쇼 감독이 이끄는 이 팀에는 지난해 3월 멜버른 세계수영선수권 대회 자유형 200미터에서 5위를 차지한 켄릭 몽크가 소속돼 있다. 당시 박태환은 엄청난 막판 스퍼트로 몽크를 제치고 동메달을 따냈다. 박태환은 몽크와 함께 훈련함으로써 쫓기는 자의 입장에서 끊임없이 자극을 받고 있다.

박태환이 아쿠아틱 센터에서 수영 훈련 도중 기념촬영을 했다. 왼쪽부터 켄릭 몽크, 토니 쇼, 박태환, 박찬희(경기고 1), 박영호(서울체고 3) [사진제공=스피도]

전지훈련을 시작하기 직전 박태환의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다. 작년 연말 유명세 때문에 이곳저곳으로 불려다니면서 많이 피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훈 3주를 넘기면서 상태가 많이 나아졌다고 한다.

훈련이 끝난 뒤 박태환은 1주일에 세번 호주인 강사로부터 2시간씩 영어회화 공부를 한다. 국제적인 선수에게 필요한 영어 구사력을 갖추기 위한 투자다.

휴식시간에는 인터넷으로 자신의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보고 한국 TV도 본다. 그래도 낯선 외국에서 고된 훈련을 하는데 따른 외로움은 감당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인과 통화할 때면 "한국에 가고 싶다"는 말이 자주 나온다. 24일에는 그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 지인에게 부탁한 플레이스테이션2 게임기를 받는다. 작은 선물이지만 힘든 훈련을 하고 있는 박태환에게는 커다란 위안꺼리가 될 것이다. 박태환은 다음달 6일 한국으로 돌아와 가족과 함께 구정을 보내고 고교 졸업식과 대학 입학식에 참석한다.

박경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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