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국토계획 수정과제-의미.요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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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건설교통부가 내놓은「제3차 국토계획 수정과제」는 지방화.세계화등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국토를 어떤 모습으로 가꿔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한반도의 지리적 여건을 최대한 활용,영종도 국제공항.고속철도망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효율적인투자를 통해 동북아 물류.교통의 중심지로 키워나가겠다는 구상이핵심과제로 제시됐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는 과거 국토정책 수립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방법을 동원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좁은 한반도만 놓고 균형개발에만 비중을 둔 국토계획을 짜왔다면 이제는 동북아,나아가 세계지도를 놓고 한반도의 모습을 다시 그려볼 때가 됐다는게 이번 계획을 추진하는 국토개발계획 당국자들의 기본적인 판단이다.
시간적으로도 폭을 훨씬 넓혀 보다 긴 안목에서 우리 국토의 모습을 다시 그려보기로 했다.계획기간을 96년부터 2011년까지 장장 16년간으로 잡은 것이 그 예다.
굳이 2011년을 목표연도로 잡은 것은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아산만권.부산.경남권 광역개발계획이 그때 마무리 된다는 점도 고려됐지만 이때가 되면 우리의 국력이 현재의 영국이나 호주등 선진국 수준이 된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알 려졌다.
적어도 2011년까지는 국민생활 수준이나 인프라등에서 이들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건교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때문에 이번 계획은 외형적으로는「수정」이지만 실제로는 국토계획의 판을 완전히 다시 짜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국토계획을 짤 때는 국토개발연구원이 시안(試案)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공청회등을 거쳐 건교부가 최종안을 만들었으나이번에는 계획 초기단계부터 관계부처는 물론 12개 연구기관을 참여시킨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토의 중장기 모습을 그리는만큼 각계각층의 중지(衆智)를 모아보겠다는 뜻이 담겨있는 것이다.
이밖에 연안 개발개념을 국토계획에 새로 도입하고,과거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다뤄졌던 환경문제를 비중있게 다루겠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정부가 차제에 수도권 정책을 전면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 보겠다고 나선 점이다.
그동안 정부가 수도권 과밀억제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고 나섰지만 어느 한쪽에서도 만족할만한 결과를 보지 못한채 수도권문제와 지방문제를 병존시키면서 국토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온게 사실이다.
따라서 과거 수도권 정책이「소극적인 억제책」으로 일관해 왔다면 앞으로는 적극적인 계획(planning)개념을 도입하겠다는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그러나 이같은 미사여구(美辭麗句)만으로 정부의 계획이 제대로추진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화려한 장미빛 미래에 대한 설계가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된 것은 지금까지 수차에 걸쳐봐 왔다.이번에는 외형에 집착하기 보다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실천 가능한 사안부터 차근차근 집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朴義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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