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예수의 수난' 개봉…관객 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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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호주 출신 영화배우 멜 깁슨(48)이 제작, 감독한 영화 ‘예수의 수난 (The Passion of the Christ)’ 때문에 미국 전역이 떠들썩하다. 영화는 제작 때부터 유대인 단체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영화 촬영 도중 세트장에 벼락이 떨어지는 등 온갖 화제를 뿌려왔다.

지난 25일 개봉과 동시에 엄청난 관객이 몰려들고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주요 방송사들이 시시각각 영화를 둘러싼 논쟁을 보도하는 등 큰 관심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영화평론가들은 첫날의 정확한 관람객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여러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고 있다. MSNBC방송은 이날 오후 9시 뉴스에서 자체 제작한 '영화를 둘러싼 미국 사회의 논쟁'을 특집방송으로 보도했다.

방송은 영화 개봉일에 아예 인근 영화관의 전좌석을 단체로 예약해 신도들의 관람을 돕는 교회도 여러 곳이 있다고 전했다. 반면 유대교와 일부 종교 집단들은 이날 오후 항의 시위를 계획했다.

CNN도 영화 개봉에 맞춰 지난 주말부터 '예수 그리스도 특집'을 내보내고 있다. "현대 의학 관점에서 볼 때 예수는 십자가에 못박혔을 당시의 쇼크로 사망하게 됐을 것이다. 인종학적으로 예수는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사람"이라는 등 논쟁적 내용들이 담겼다.

대표적 코미디언 제이 르노는 26일엔 감독 멜 깁슨을, 그 다음날엔 예수 역을 맡았던 배우를 초청키로 하는 등 여러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영화 관계자들을 출연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캔자스주 위치토시의 한 극장에서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히는 장면을 보던 50대 여성이 심장발작을 일으켜 숨졌다.

개봉 당일인 25일 인터넷 소매점 아마존에서 이 영화의 안내서인 '수난'의 판매 실적이 20위에서 9위로 뛰어올랐다.

◇'反유대주의' 논란=이 영화가 논쟁을 일으키는 이유는 미국에서 가장 예민한 두 주제, 즉 기독교와 유대인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CNN에 따르면 미국민의 83%는 스스로를 기독교인으로 여긴다. 영국의 BBC방송도 26일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종교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 남부지역 보수 교단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만큼 미국에서는 종교의 영향력이 크다.

하지만 논쟁이 증폭된 이유는 영화의 배경에 '예수의 죽음에 유대인 책임이 있다'는 암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유대인 그룹에서 들고 일어난 것이다.

유대인들은 "우리는 수천년간 반 유대주의의 고통을 받아 왔으며 이 영화가 그런 악몽을 재현시킬 것"이라며 반발한다.

◇'폭력성'=영화는 예수가 죽기 직전 12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시간 동안 예수는 고문당하고 십자가에 못박힌다. 영화는 이 처절한 장면을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필립 블랙웰 목사는 "예수의 메시지는 사랑인데 이 영화는 고문만 너무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남부교회연합회 대표인 모리스 챕맨 목사는 "큰 감동을 받았으며 모든 신도가 이 영화를 보기 바란다. 누가 예수를 죽였느냐가 아니라 예수가 왜 죽었는지에 대한 영화"라고 말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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