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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다라 … 영어보다 한글 떼기 먼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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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생이 글자 퍼즐을 맞춘 후 한글을 쓰고 있다. 연필 쥐는 법과 정확한 획순,바른 자세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 [사진=이찬원 기자]

서울시 마포구 성산동에 사는 주부 박소영(34)씨는 일곱 살 아들 영훈이의 영어유치원 입학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2년간 집 근처 일반 유치원에 보낸 박씨는 “한글에 영어 기초까지 떼고 입학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서 1년간 영어유치원을 보내려 하는데 갑자기 바뀐 환경이 되레 아이에게 혼란을 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유아들의 선행학습이 필수처럼 된 현실에서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하는 엄마들 불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EBS 60분 부모』를 펴낸 인지심리 전문가 김미라 서강대 평생교육원 교수와 최정금 ‘브레인 학습 클리닉 연구소’ 소장에게 대책을 들어봤다.

 ◇한글 읽고 쓰는 속도 중요=알림장도 받고, 받아쓰기도 해야 하므로 글을 받아 적는 수준은 돼야 한다. 평균적으로 1분에 100~120자 정도를 읽고, 공책 5줄을 쓰는 데 최소 15분은 넘지 않아야 한다.

 받아쓰기를 할 때는 단어를 정확히 듣는 능력과 글자로 옮기는 능력을 동시에 길러줘야 한다. 엄마와 함께 끝말잇기, 역할을 바꿔 엄마가 받아쓰기를 해보는 것도 좋다. 이때 엄마가 의도적으로 틀린 글자를 적어 아이가 찾아내도록 하면 더 흥미를 갖는다.

 글자를 가르칠 때는 생활 속의 말, 아이가 좋아하는 물건으로 시작한다. 자모음 이름을 알고 정확한 획순대로 글씨를 쓰는 것도 중요하다.

 ◇수학은 한 자릿수 연산해야=초등학교 1학년 수학은 자연수 0부터 50까지, 덧·뺄셈은 10이 넘지 않는 범위에 한정되어 있다. 두 자릿수를 정확하게 읽고 쓸 줄 알고, 한 자릿수의 덧·뺄셈을 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 반복된 문제 풀이나 암기 위주의 선행학습은 오히려 공부에 방해가 될 뿐이다.

이쑤시개, 바둑알 등 생활 속 교구를 활용해 수 감각과 연산의 의미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이해하도록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1~10까지 수의 서열과 크기, 한두 가지 기준대로 사물을 분류할 수 있어야 한다.

 ◇"영어는 알파벳만 알아도 충분”=아이가 알파벳을 읽고 쓸 줄 알고 영어에 대한 호기심만 갖고 있어도 충분하다는 게 전문가의 생각이다.

엄마가 아이의 수준과 성향에 따라 영어책, 영어비디오 등을 활용해 영어와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게 도와 주면 된다. 김미라 교수는 “국어가 안 되면 모든 학습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영어보다는 한글 떼기가 우선”이라고 충고했다.

 ◇친구 관계 조절도 중요=유치원 시기의 친구 관계는 초등학교 학습에도 영향을 미친다. 최정금 소장은 “유치원생들은 친구 관계와 놀이를 통해 규칙을 배우고 도덕성, 사회성, 리더십 등을 키워간다”며 “친구 관계가 원만치 않으면 ‘왕따’가 되기 쉽고 결국 학교생활과 학습에 흥미를 잃는다”고 조언했다.

유아들은 스스로 친구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모가 어느 정도 개입해 도와주는 것도 좋다. 최 소장은 또 “수업시간에 적응하려면 집중력을 높이는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그림달력, 과자봉지 등을 조각낸 후 원래대로 맞추는 퍼즐 게임이나 그림 그리기, 블록 조립은 즐겁게 집중력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다.

민선화 기자 mshwa@joongang.co.kr, 사진=이찬원 기자

유아 지능검사로 학습능력 알아보세요

7세 무렵엔 유아지능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대표적인 게 ‘한국판 아동용 웩슬러 지능검사(KEDI-WISC)’다.

이 검사는 상식·산수·어휘·이해·숫자·모양 맞추기 등 여러 항목의 평가치를 합산해 전체지능지수를 산출한 것으로 신뢰도가 높다. KEDI-WISC 지능지수 70~79이면 경계성 지능으로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태다.

하지만 지능지수가 높다고 반드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아이 지능이 100 이하로 나왔다면 충분한 선행학습을 통해 학습 동기와 자신감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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