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公館 사용료 3년넘게 체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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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주한외국 공관으로 임대했다는 이유만으로 밀린 임대료를 받지도 못하는 것은 물론 강제로 내보내지도 못하고 국가로부터 보상도 받지 못한다니 우린 어찌합니까.』 車모(58).李모(55)씨등 2명은 90년6월 공동소유인 서울강남구논현동의 지하1층.
지상2층 단독주택(연건평 90여평)을 월세 5천달러(약4백만원)로 2년간 주한 자이르공화국대사관에 임대했다가 기막힌 사연의주인공이 됐다.
일이 뒤틀리기 시작한 것은 계약이후 1년간 제때 임대료를 내오던 자이르대사관측이 『본국이 정변으로 혼미해져 대사관 직원의월급등 송금이 끊겼다』며 91년10월이후 임대료 지불을 미루면서. 자이르대사관측은 『나가고 싶어도 나갈 곳이 없다』며 완강하게 버텼고 車씨등은 92년2월 자이르대사관을 상대로 서울민사지법에 건물명도등 청구소송을 내 그해 9월 법원으로부터 승소판결까지 받아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대사관은 주택을 비워달라는 車씨등의 요구에 불응했다.車씨등은 어쩔수 없이 법원 집달관에게강제집행을 의뢰했으나 정작 집달관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대사관저에 대해서는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며 강제집행신청을 접수조차 하지 않았다.
정부가 71년 가입한「빈 협약」에는▲대사관등 외국 공관지역은공관장의 허락없이 누구도 들어갈 수 없고▲공관의 비품등 재산에대해선 수색.압류.강제집행등이 면제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車씨등은 외무부에 공식.비공식으로『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협조를 구했으나 『자이르 정부에 협조를 구하고 있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결국 車씨등은 최후수단으로 『자이르 대사관측의 재산권 침해는 이러한 상황을 예 측하지 못하고 선뜻 빈 협약에 가입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며 지난해 6월국가를 상대로 그동안 밀린 임대료 1억4천여만원과 주택을 비워줄 때까지 월세를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그러나 담당 재판부인 서울민사지법 합의19부(재판장 李玲愛 부장판사)는 17일 『정부가 빈 협약 가입당시 원고들과 같은 특별한 손해에 대해 손실보상 규정을 두지 않은 사실은 인정되나 이를 국가의 고의 또는과실등 불법행위라 볼 수 없는데다 원고의 손해가 국가의 공권력행사로 발생한 것도 아니 다』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李相列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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