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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방 協診병원 늘고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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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심한 배타성과 불신으로 경직됐던 동서의학이 해빙기를 맞고 있다.최근 1년사이 한.양방 협진을 표방한 의료기관이 부쩍 늘면서 과거 서로 다른 이론체계를 내세우며 갈등을 빚었던 한.양방의료가 자연스레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특히 이같 은 경향은 동서의학의 장점을 살려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치료방법을 찾는다는 점에서 환자중심의 의료접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한의사와 의사가 진료에 함께 참여하는 병원은 10여곳.
여기에 3월중순 개원예정인 6백병상의 경희분당 차병원과 3백병상의 남원기독병원등이 본격적인 한.양방 협진을 계획하고 있는등동서의학 협력기관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협진의 가장 큰 기대효과는 치료의 극대화.
경희의료원 소아과와 한방병원 6내과의 협진은 대표적인 사례로꼽힌다.소아신장병중 스테로이드로 치료가 안되고 재발이 잦은 미세변화형 신(腎)증후군에 전통적인 한약을 사용했더니 90%이상1년이 넘도록 재발이 없는등 완치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밖에도 치과병원 구강진단과와 한방병원 침구과가 협력,아래턱기형환자 수술때 통증을 침으로 제거하기도 하는등 양.한방 협력으로 치료효율을 높일 수 있는 질환은 순환기.요통.신경통.기능성 불임.스트레스와 관련된 질환등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의욕에 비해 협진의 실상은 아직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의료기관에 따라 협진의 수준과 내용 역시 큰차이를 보이고 있다.비교적 협진에 모범을 보이는 병원들은 하나.광동.인천동국.우신향한방병원등 중소병원급이 대 부분.이는 병원의 주인이 되는 설립자의 의지가 경영에 강하게 반영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한방병원의 경우 한의사가 가정의학및 재활의학 전문의와 함께 진단.치료등 환자를 공동관리하고 있고,광동한방병원은 한.양방 복수면허를 가진 의사 3명이 함께 회진을 도는등 협진의 묘를 살리고 있다.특히 경희대 한의대병원과 광동한방 병원은 한.
양방 건강검진센터를 갖추고 있고,동서와 오당.경희 분당차병원등은 예진실을 마련,환자를 초진부터 한.양방으로 분류해 질환에 따라 치료방법을 달리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양방 협진이 치료의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고는하지만 아직도 넘어야할 장애물이 많다.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상호 영역에 대한 이해와 관심부족.
한.양방 협진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해 91년 설립된 국립의료원 한방진료부의 실패가 좋은 예다.환자 협진의뢰가 월 30여건으로 미미한데다 양의사의 한방 자문의뢰가 거의 없었다는 것.
의료법등 제도 역시 한.양방의 협력을 저해하는 또다른 요인이다.의사와 한의사의 진료영역을 획일적으로 구분하는 현행 의료법은 한의사가 간단한 검사기기를 사용하거나 약사들도 가능한 약물조차 투약할 수 없어 새로운 의료환경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광동한방병원 오세붕(吳世鵬)원장은 『한.양방 협진은 정확한 진단과 빠른 치료효과등에 강점을 지닌 양방과 장부(臟腑)의 병리를 전신적으로 치료하는 한방이 결합,최선의 치료법을 찾는 것』이라며 『협진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의료법이 보 완돼야동서의학의 발전뿐 아니라 지금과 같이 병원안에 의원을 개설해야하는 편법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高鍾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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