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기세 잡기에 ‘올인’ 미 대선 후보 “자금 바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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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 대선의 유력 후보 진영이 일제히 ‘실탄’(선거자금) 부족을 호소하며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나섰다. 민주·공화당을 가릴 것 없이 당내 경선 초반에 경쟁 후보를 확실히 제압하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부었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 진영이 역대 최고의 선거자금을 모았지만 아이오와·뉴햄프셔 경선 등 초반 선거전에 경쟁적으로 자금을 투입해 앞으로 사용할 자금이 턱없이 부족한 지경에 이르렀다고 20일 보도했다. 양 당의 주요 후보들이 모은 돈은 모두 4억 달러(약 3800억원)를 넘는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중 80% 이상을 써 버렸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버락 오바마 후보는 지난해 말까지 각각 1억 달러가량을 모았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TV 광고 한 번에 1500만 달러를 투입하는 등 돈을 많이 썼다. 힐러리 진영의 경우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이후 약 2000만 달러밖에 남지 않았다. 지난해 가을부터 매달 700만 달러 이상 지출해 온 오바마 후보의 진영도 비슷한 상황이다. 두 후보가 사용한 지난해 말까지의 정확한 지출 내용은 이달 말 공개된다.

 민주당 3위 후보인 존 에드워즈는 선거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한도를 지켜야 하는 연방 매칭펀드의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당내 경선 기간 중 사용 가능한 5000만 달러 중 남은 돈은 2000만 달러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드워즈는 TV 광고에만 760만 달러를 썼다.

 모금액이 민주당 후보보다 크게 적었던 공화당 후보 진영은 자금 압박이 더 심하다. 개인 재산이 2억5000만 달러에 이르는 미트 롬니 후보만 예외다. 루돌프 줄리아니 후보 진영은 지난해 6000만 달러 이상을 모금해 공화당에서 최고를 기록했지만, 지난주 남은 자금이 700만 달러뿐이라고 실토했다. 아이오와주에서 기세를 올렸던 마이크 허커비 후보는 지난해 말까지 970만 달러를 모았지만 현재는 200만 달러가 남은 상태. 다만 지난해 이미 자금난에 봉착했던 존 매케인 후보의 경우 뉴햄프셔 경선 승리 이후 600만 달러가 모금되는 등 다소 숨통이 트이고 있다. 재력가인 롬니 후보 진영만이 다소 느긋한 모습이다. 그는 후보의 개인 돈 1700만 달러를 포함해 지난해 3분기까지만 5400만 달러를 선거전에 쏟아 부었다.

 자금 모금에 비상이 걸리자 ‘수퍼 화요일’(2월 5일) 등 향후 경선 일정에 대비해야 하는 각 후보 진영은 비책(秘策)을 찾아내느라 야단법석이다. 그동안 유세에서 후보 및 참모용 비행기와 취재진 비행기를 운영하던 힐러리와 오바마 진영은 각각 비행기 한 대를 줄였다. 힐러리는 취재진이 타는 비행기를 같이 타기로 했고, 오바마 진영은 취재진용 비행기를 없앴다. 힐러리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워싱턴의 모금 행사에 급파하는 등 추가로 1000만 달러 모금 작전에 나섰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모금 행사에 직접 참가했던 오바마는 e-메일을 통한 소액 기부자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줄리아니 진영의 주요 선거 참모들은 비상 수단의 하나로 자신들의 보수를 스스로 포기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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