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장·차관 나오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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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이명박 정부가 외국인에게도 공직을 개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1일 외국인의 공무원 임용이 가능하도록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장·차관 등 고위직에서 외국인에 대한 공직 개방이 우선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푸른 눈의 장·차관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외국인도 공무원 임용이 가능토록 하라’는 이명박 당선인의 지시에 따라 국가공무원법 관련 규정을 개정키로 했다”며 “능력 있는 외국인을 공무원으로 대거 임용할 수 있는 네거티브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이 공무원에 임용되기 위해서는 법정 절차를 거쳐야 하며, 공직 후에도 비밀 유지 의무가 부과된다”고 덧붙였다.

 개정안은 국가안보·기밀·보안 등 특별한 임무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외국인 임용을 허용토록 했다. 이게 네거티브 방식이다. 현행 특정 분야에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임용토록 한 ‘포지티브 방식’(국가공무원법 제26조 3항)보다 임용 폭이 훨씬 넓어진다.

 이 당선인은 18일 민주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이승희 의원이 “금융감독원 부원장급으로 미국인인 윌리엄 라이벡을 애써 모셨는데 스페셜 어드바이저(특별고문)로 한정돼 활용이 안 된다”고 건의하자 “외국인도 공무원으로 임용하도록 법을 바꾸자고 제안하려 한다 ” 고 말했다.

 외국인에게 공직을 허용해야 한다는 건 이 당선인의 평소 소신이다.

 인수위의 국가경쟁력강화특위 공동위원장에 영국인인 데이비드 엘든 두바이국제금융센터 회장을 인선한 것도 그다. 지난해 4월 두바이와 인도를 방문했을 때도 “외국의 고급 인력이 와서 일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당선인 주변에선 “이 당선인이 조각 인선 명단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외국 사람이라도 데려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국제 금융과 글로벌 비즈니스 분야에선 국내 인사들 중 제대로 전문성을 갖췄다고 할 만한 인재가 없다”며 “외국인 공무원 허용은 그래서 나온 말”이라고 말했다. 또 “특히 한국계로서 국제적 명성을 가진 사람도 국적이 외국인으로 돼 있어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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