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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영화제를 가다-獨.佛 필름효시 논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4면

화탄생 1백주년을 맞는 올해의 제45회 베를린국제영화제(9~20일)는 주최국 독일이 미래형 최첨단 영상기술을 바탕으로 1892년 촬영된 독일영화 한편을 재생,복원해 내놓음으로써 영화산업의 과거와 미래를 둘러싼 열띤 논의의 장으로 변 하고 있다. 영화제 집행위원장 모리츠 데 하델른은 『독일의 스클라다노브스키형제는 프랑스 뤼미에르형제보다 2년여 빠른 1892년 세계최초로 영화를 촬영했고 몇달 빠른 1895년 11월1일 일반인에게 상업적 상영도 해 「영화의 아버지」로 공식 인 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 독일연방 영화보관소가 오랫동안 보존해오던 이 영화필름을 고감도 스캐너와 영상디지털처리기술,화면안정과훼손부분 재생기술등을 통해 지난 1월 완벽하게 재생했으며 20일 베를린 중심부 초플라스트극장에서 일 반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스클라다노브스키형제의 작품은 베를린시내 공연명소인 빈터가르텐의 9개 공연을 찍은 7.5분 길이의 35㎜ 영화다.
이 영화공개때 집행위측은 같은 첨단영상기술로 원본필름에 전혀손상을 입히지 않고 복원한 1928년도 독일영화 황금기 조 마이 감독의 94분짜리 무성영화 『아스팔트』도 함께 상영한다.이무성영화의 배경음악은 브란덴부르크 필하모니가 생음악으로 현장에서 연주해 이 영화 상영직후에 있을 스클라다노브스키 영화공개때극적효과를 높일 계획이다.
영화제 참석자들은 『독일이 이번 상영을 계기로 영화의 아버지에 대한 영화사를 다시 쓰게 하면서 영상기술이 현재 최고수준임을 과시,영화에 대한 국가자존심을 세우려는 것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집행위측은 『이번에 사용한 재생기술은 컴퓨터를 통해 보다 깨끗한 영상을 만드는데 바로 쓰일 수 있는 기술로 지금까지 시도된 적이 없는 미래형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출품작 상영을 보러온 베를린 시민들에게「최초의 영화」는 초미의 화제가 되고 있다.이와 관련,영화제와 함께 열리고 있는 영화시장의 프랑스 부스 관계자들은 『별 의미가 없는 논쟁』이라면서도『영화제의 축제성격에 맞춰 개최지인 베를린시민 의 관심을 끌순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프랑스인들은 『촬영시기는 문헌에 의존하고 있어 확인이 힘들며최초의 상업적 상영은 언제인지 모르나 일반에 공개한 것으로 따지면 1895년3월의 뤼미에르 형제의 것이 빠르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라디오방송 베를린 주재원이며 영화평론가인 안드레아스알터만씨는『독일이 최첨단 영상기술을 내세워 영화가 멀티미디어와결합될 미래 영상산업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고말했다. 이와함께 베를린영화제 여러 부문에 출품된 각국 영화들은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과 신선한 아이디어를 주무기로 미국영화만 찾는 현실을 넘어 미래 영화산업의 주역이 되기위한 각축전을벌이고 있다.25편의 경쟁부문 출품작중 홍콩영화는 중국 합작품을 합쳐 3편에 이르고 있다.홍콩영화『뿌리로 돌아오다』(레이훵푼허이 감독),합작영화『붉은 장미,흰 장미』(스탠리 콴 감독),『여름눈』(안후이 감독)등은 홍콩영화의 자본.기술과 중국의 작가들이 결합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아울 러 이스라엘의『시추러』(사무엘 하스파리 감독),멕시코의『마닥 알리』(호세 폰스 감독)등도 자기나라 전통에 입각해 진지하고 수준높게 만든 영화라는 평을 얻고 있다.한국의『태백산맥』도 자기 현실을 소재로 인간보편의 가치를 그렸다는 평과 함께유력한 감독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어 토착소재가 평가받는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출품작중에서는 이산 호크.줄리 델피 주연의『일출전』과 70세의 폴 뉴먼이 열연한 『노바디스 풀』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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