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얼굴은 청학동 몸매는 권상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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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차인표보다 멋있습니까?"

카메라 앞에서 근육질 몸매를 뽐내는 이 남자. '몸짱의 전설'로 통하는 일흔셋의 보디빌더 조해석(사진) 할아버지다. 서울시 보디빌딩선수협회에 등록된 최고령 선수. '미스터 코리아' 대회에 나가면 중년부에서 2~3등을 놓치지 않는다.

그의 몸 만들기는 군 제대 후인 스물 다섯부터 시작됐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퇴근 후 체육관에 들러 꾸준히 운동했다. 운동의 효과를 실감한 건 30대에 들어서다.

"그저 뽐내려고 운동을 시작했는데 서른이 넘고 보니 친구들과 제 나이가 확 달라 보입디다."

망가진 아저씨 몸매를 가진 친구들과 달리 그는 20대의 몸매를 유지하고 있었다. 50, 60대까지도 20대의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49년을 끌어온 것이다.

"올 들어 MRI.초음파.CT 검사를 했는데 신체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나왔습니다."

여태 큰병은커녕 감기 한번 앓아본 적 없다는 그는 은근히 자신의 몸매를 자랑하는 눈치다.

"저는 쫄티를 잘 입습니다. 부끄러울 게 뭐 있습니까. 노인이라고 칙칙한 옷 입는 건 싫습니다."

그의 일과는 오전 5시30분에 일어나 남산에서 조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약수터에서는 상의를 벗고 냉수마찰을 한다. 피부를 관리하는 비결이라고. 아침식사를 한 뒤 오전에 체육관에서 2시간 동안 운동한다.

"4월께가 되면 근육이 훨씬 살아나는데…. 지금은 몸매가 말이 아닙니다."

보디빌딩 대회 두어달 전부터는 하루 4~6시간씩 집중적으로 훈련한다. 미스터코리아 대회는 매년 6월에 있어 아직은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보디빌딩 선수 생활은 사업을 정리한 환갑 이후에 취미삼아 시작했다. 지금은 그가 다니는 체육관 '영헬스클럽(02-796-0831)'에서 출전 선수 총감독을 겸하고 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배 나온 거 보면 참 안타깝습니다. 자기 자신을 돌보기 위해 해야 할 운동을 시간이 없고 피곤하다고 안 한다니…. 운동을 하려면 집념과 끈기가 필요합니다."

그는 집념이 강한 사람이다. 처가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 박남영(65)씨와 결혼하기 위해 3년간 끈질기게 쫓아다녔다고. 처가에서 반대한 이유를 물었더니 "얼짱이 아니라 그랬나보다"며 농을 던진다.

그가 권하는 건강 비결은 근육운동이다. 복근이 나오게 하려고 운동을 하다 보면 오장육부도 운동이 돼 자연히 건강이 좋아진다는 것. 가리는 음식은 없다. 그저 남들 먹듯 평범한 한식을 먹는다고. 단, 하루 세끼를 정해진 시간에 규칙적으로 먹는다.

또 비타민E와 종합비타민은 수십년간 챙겨먹었다. 12~15가지 곡물을 갈아 만든 미숫가루를 하루 2~3번 간식으로 먹는다. 하루 두갑씩 피우던 담배도 2년 전 끊었다. 고 이주일씨가 폐암으로 투병하는 걸 보고서다.

"누구든 젊게 사는 걸 바라지요. 하지만 모두 유지하지는 못하죠. 요즘엔 운동을 하면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보람으로 삽니다."

글=이경희 기자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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