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막내리는 "모래시계" 5.18전후 시대상 극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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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한달반동안 장안의 화제가 됐던 『모래시계』(SBS)가 16일로 막을 내린다.『모래시계』의 성공이 함축하는 의미는 크게 두가지.우선 유신.광주.삼청교육등 당시의 정치적 사건은 물론 캠퍼스상황과 사회이면등 「금기된 성역」을 처음으로 극화한데 따른큰 관심이다.이 극은 당시의 시대상황을 체험했던 30~40대 중년층에게 「질곡의 시대」를 살아온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시대에 순종할 수밖에 없던 자신에게 때론 죄책감을 느끼고 끝내 채워지지 못한 정치 적 욕구를 지닌 70~80년대 세대에게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했던 셈이다.물론 역사해석의진위는 이 극이 애써 외면하려 했던 한계이기도 했다.
『모래시계』가 줄곧 언론의 초점이 된 것은 국내영상물발전에 신선하고 아픈 자극을 줄 수 있다는 판단때문.SBS『이 여자가사는 법』에서 절정을 이룬 상식을 뛰어넘는 말장난과 대사,시시콜콜한 신세대 이야기등으로 시청률유지에 안주해왔 던 국내 드라마에 『모래시계』는 날카로운 일격을 가했다.10여분간 대사없이도 자신있게 이어가는 블루 톤의 감각적 영상,굵은 스토리,탁월한 역광처리,2분촬영에 하루를 투자하는 스태프들의 치열한 프로정신은 모든 영상제작자에게 충분한 귀 감이 됐다.상당수의 방송위위원들조차 『모래시계의 폭력은 작품성을 지녔다』는 의견을 제시할 정도였다.
특히 국내최고액으로 방송드라마를 해외수출하게 된 점은 높은 시청률보다 훨씬 의미있는 성과로 지적된다.치열한 영상전쟁시대를앞두고 『수출가능한 좋은 작품을 만드는 PD가 국내시청률에 안주하는 PD보다 훌륭하다』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모래시계』에서시작될 조짐인 것이다.
崔 勳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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