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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많이 마시면 간암 걸린다?… X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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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호 17면

암의 원인에 대한 잘못된 상식은 암의 조기발견이나 예방을 어렵게 한다 . [중앙포토]

“간접흡연 탓인가?” “여자가 폐암이라니….”

폐암·간암·위암에 대한 잘못된 상식

최근 새 정부 총리직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는 손병두 서강대 총장의 중앙일보 인터뷰(1월 16일자) 기사를 본 사람들 가운데 많은 이가 이런 궁금증을 표했다. 손 총장이 총리직을 제안 받더라도 폐암 수술을 받은 아내를 돌보기 위해 고사할 생각이라고 밝힌 것 때문이다.

사실 담배와 무관하게 폐암에 걸릴 수도 있으며 여성 폐암 환자도 적지 않다. 전체 폐암 환자 중 여성 환자는 10년 전까지만 해도 5명 중 1명꼴이었지만, 지금은 4명 중 1명으로 늘었다. 또 흔히 간암은 모주망태들이 잘 걸리는 줄 알고, 평소 속이 쓰린 사람이 위암에 취약한 것으로 알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폐암·간암·위암 등 3대 암에 대한 이런 오해를 풀어본다.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근칠 교수는 “담배는 폐암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폐암의 10% 정도는 담배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손 총장의 측근에 따르면 손 총장 부부는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다고 한다.

폐암에는 선암·편평상피세포암·대세포암·소세포암 등이 있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선암은 비흡연자와 여성에게서 많이 발병한다. 지난해 대한폐암학회가 전국 89개 병원 폐암 환자 8788명을 분석했더니 선암은 발병률 부동의 1위였던 편평상피세포암을 제치고 1위가 됐다. 여성의 경우 선암이 편평상피세포암의 5배였다.

박 교수는 “여성은 요리 중 오래 가스불에 노출되거나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 때문
에 폐암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며 “요즘 세계적으로 선암이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는 간접흡연과 순한 담배의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폐암의 주범을 니코틴으로 잘못 아는 사람도 적지 않다. 니코틴은 주로 뇌에 작용해 중독을 일으키며, 발암의 주범은 벤조피렌을 포함하는 타르 성분이다.

또한 간암에 걸렸다고 하면 무심코 “그 사람 술을 많이 마셨나”고들 말한다. 그러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간암 환자의 70%는 B형 간염 바이러스, 20%는 C형 간염 바이러스가 악화됐고 모주망태가 간암에 걸리는 경우는 10% 미만”이라고 소개했다. 물론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환자가 과음하면 ‘간암으로 가는 KTX’를 타는 것이지만….

위암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급성위염→만성위염→위궤양의 진행 과정을 거쳐 암이 발병한다’고 잘못 알고 있다.

우선 급성위염을 방치한다고 만성위염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둘은 원인이 전혀 다르다. 급성위염은 진통제·감기약·술·스트레스 등의 이유로 명치가 아프거나 구토·속쓰림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대부분 며칠 꿀물·미음 등을 먹으면서 위를 달래면 낫지만 일부에서는 위출혈로 위기상황을 맞기도 한다.

만성위염은 원인이 분명치 않지만 헬리코박터균이 큰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염·위궤양이나 십이지궤양이 오래가 위암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일부 위암은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만성위염 때문에 생기지만, 위암은 아무런 증세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40대 이후엔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위암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매운 음식을 좋아하면 위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소금에 절인 짠 음식, 굽거나 훈제된 음식, 베이컨 등 가공육류는 위암의 원인일 가능성이 크지만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고 위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거꾸로 고추에서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인 캡사이신은 항암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이 밖에 된장·인삼·우유 등의 음식이 위암 발병률을 낮추는 음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암은 사람만의 병으로 아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동물은 물론 식물에서도 암이 발견된다. 사람에게 각종 암을 일으키는 담배나무를 비롯해 토끼풀·떡갈나무·소나무·데이지 등도 암에 걸리는데 동식물의 암은 대부분 바이러스 때문이다. 반면 사람의 암은 담배·공해·술 등 사람이 만든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사람의 노력에 따라 암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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