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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스 스릴러 무인도 생존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5호 19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윌리엄 골딩의 소설『파리대왕』, 영화 ‘캐스트 어웨이’ 그리고 리얼리티 쇼 ‘서바이버’의 장점을 고루 섞겠다는 제작의도로 출발한 드라마 ‘로스트’는 ‘위기의 주부들’ ‘그레이 아나토미’와 함께 2004년 허물어져 가는 TV 왕국 ABC의 본격적인 부활을 알린 신호탄이다. TV 드라마 역사상 가장 많은 제작비를 쏟아 부었다는 파일럿 에피소드, 즉 드라마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맨 처음 시작 에피소드의 스릴 넘치는 블록버스터 스펙터클은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단숨에 압도해 버렸고, 2005년 에미상 드라마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으로 ‘엑스 파일’ 이후 최고의 컬트 드라마가 탄생했음을 증명했다.

문은실의 미드열전 <14> 로스트

하지만 비행기 추락사고로 남태평양의 외딴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48명의 생존자들이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과 기이한 자연현상에 맞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처절한 사투를 벌여나가는 시즌 1의 긴박감이 시즌 2와 3으로 치달으면서 상상력의 임계치에 도달, 점점 그 재미가 줄어가고 있다는 일각의 평도 없지 않다. 많은 시청자가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시즌을 이어가기 위해 떡밥을 던지고 낚시질만 해댄다는 혹평을 가하기도 한다. 생존자들을 구조하기보다는 되도록 섬에 오래 붙들어 매둬야 드라마가 장수의 길로 갈 수 있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로스트’는 여전히 최고의 시청률에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다. 또 한국인 부부로 출연하고 있는 김윤진은 메인 캐릭터 가운데 한 역을 꿰차면서 한국 내 ‘로스트’의 인기에 큰 구실을 하고 있다. 시즌 3에 접어들면서 그간의 수많은 의혹과 미스터리가 어느 정도 결말을 향해가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지만, 그것은 며느리도 모르는 일이다. 전례가 없을 만큼 의혹과 궁금증으로만 점철된 드라마니까. 전문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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