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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예산낭비 … 중단하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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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8일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사업비 1689억원 규모의 새만금 인근 토사매립지 건설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사업은 2010년 이후 군산·장항 항로준설 공사에서 나올 흙과 모래를 쌓아 두기 위해 해양부가 추진하던 것이었다. 인수위는 이 공사에서 나올 흙과 모래를 인근의 새만금 사업지구 매립에 사용하면 매립지를 따로 건설할 필요 없이 약 8000억원의 예산을 아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수위 정무분과 진수희 간사는 “관계부처와 협의만 했어도 예산을 아낄 수 있는데 관행적으로 예산을 낭비하고 있어 사업을 중단하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인수위는 이달 말까지 이런 예산 낭비 사례를 토대로 예산 편성 및 집행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했다. 각 부처는 이 가이드라인에 따라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야 한다. 이명박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예산 10% 절감’을 위해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거는 것이다.

 인수위는 매년 말에 정부 기관의 예산이 남아도 다음해에 해당 예산을 깎지 않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예산이 남으면 다음해 예산이 깎이는 관행 때문에 공무원들이 남은 예산을 국가에 반납하지 않고 쓸데없는 공사나 장비 구입에 써 왔다.

연말이면 멀쩡한 보도 블록을 교체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인수위는 또 시설공사나 물품 구매 때 싸게 계약해 남은 돈을 국고에 반드시 반환하도록 했다.

 인수위는 이날 지난 5년간 감사원이 지적한 예산 낭비 사례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국민 혈세로 짠 예산을 ‘주인 없는 눈먼 돈’으로 여기는 공무원들의 잘못된 의식이 담겨 있다.

 ◆잔액 낭비=정보통신부는 디지털 CCTV로 교체가 끝났는데 비디오테이프 구매 예산 60억원을 편성한 뒤, 52억여원을 금강산 연수비 등에 썼다. 중앙선관위는 선거뒤 184억여원이 남자 63억원을 출장비 등에 썼다.

 ◆비리·무능=행정자치부는 화재에 사용할 국민방독면 41만 개를 구입했다. 전부 불량품인데도 리콜을 하지 않아 136억원을 손해 봤다.

 ◆타당성 검토 소홀=환경부는 경유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고 과대평가하는 바람에 예산의 90%인 4조3000억여원을 실효성 낮은 경유차 대책에 투입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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