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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북녘동포>11.주택도 사고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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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한에서 국가소유인 주택을 개인끼리 「사고 파는」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주택은 국가에서 배정한다.개인간 매매의 대상이 될 수 없다.개인은 단지 사용권만을 가진다.엄격하게 말하면 사용권의 양도.양수다.만성적인 주택부족 현상이 빚어낸 결과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김명세(金明世.34)씨는 『결혼하며 바로 집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은 당간부 자식들 뿐』이라고 말했다.결혼해 독립세대를 구성하면 주택을 배정받는 것이 원칙이다.그러나 보통의 신혼부부가 주택을 배정받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동거살이」의 고달픔과「하모니카집」의 애환에서 벗어나기위해 자력으로 집을 짓거나 남의 집을 산다.
▲주택난의 실상=주택난의 심각성은 전국적이다.평양도 예외가 아니다. 군제대후 10년간 평양에서 산 김명철(金明哲.35)씨는 『평양의 한 아파트가 2백호라면 3백50가구가 산다.동거살이 세대가 베란다를 부엌으로 대신 사용하지만 화장실 사용이 문제』라고 증언할 정도다.
김명세씨는 『김일성대학의 성분좋은 교원이라 하더라도 부모나 자신이 당간부가 아닌 한 40~45세까지 집을 배정받기 어렵다』며『집사정 때문에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일단 「동거살이」를 시작할 수밖에 없다(정진만.47.벌목공).방이 2~3개라면 한가족 2대가 같이 지낼 수 있지만 방이 하나뿐일 경우 방이 2개 이상인 남의 집 방을 분양받아 해결한다.노동자 주택은 직장근처에 배치하며 방하나의 하모니카 주택이다(신광호.28).
개천연합탄광기업소에서 3대혁명 소조원으로 일한 김광욱(金光旭.27)씨는 『개천 남전탄광 노동자들은 대개 대가족을 이루며 한집에 산다.딸.사위와 함께 사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회령시 궁심탄광 채탄공 황광철(黃光鐵.21)씨는『회령 에서 방 두칸에 부엌 있는 단독주택에서 6가구가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간부들은 사정이 다르다.청진광산금속대학생 윤웅(尹雄.29)씨는 『당간부들은 방이 6개 정도인 60평 아파트에서 식모도 두고 사는 것을 보았다』며 『당간부 자식들은 결혼을 하면 창광거리에 30평 아파트 독채가 나온다』고 말 했다.
▲주택이용 사정=만포에 거주한 이철규(39.가명)씨는 『아파트를 배정받아도 구조공사만 끝낸 상태에서 입주하므로 집주인이 내장공사를 해서 산다』고 말했다.
함흥출신의 이정철(李正哲.27)씨는 『아파트는 보통 방 2개10평 정도다.지방에는 중앙난방이 안돼 가구마다 연탄을 땐다.
화장실은 층마다 공동용으로 지어 한층 21가구 정도가 사용한다』며『함흥의 아파트는 대부분 사정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중앙난방식이라 하더라도 충분한 난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더구나 엘리베이터등 아파트시설물은 거의 없는 형편.
평양출신의 임영선(林永宣.31.인민무력부 군사건설국 소대장)씨는 『형편이 좋다는 평양 청춘거리의 군관아파트에서도 잘 때는외투까지 입고 잔다』며 『중앙난방설비가 낡아 고장이 잦고 연료가 부족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개성에서 천신만고 끝에 아파트를 배정받았던 개성시 소아병원 간호사 임정희(林貞姬.30)씨의 체험.
『배정받은 아파트는 6개월만에 9층을 올린 날림공사였다.벽에금이 가고 물이 새는등 완공뒤에도 부실 투성이였다.엘리베이터는물론 없었다』며 『개성 통일거리의 20층 아파트에도 엘리베이터가 없다.20층에 사는 노인들은 한번 올라가면 아예 내려오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4층의 낮은 층은 연탄을 사용하지만 고층 거주자는 석유곤로를 쓰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
아파트 주민들은 마당의 창고를 배당받아 김장등을 보관하는 것이 일반적이고(임정희),평양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흔히 아파트 앞마당을 파서 돼지우리를 짓고 사육하므로 엘리베이터가 없는 고층주민들의 불편은 막심하다(고청송).
무산과 청진에서 청소사업부 노동자.건축설계사를 했던 김영성(金永成.61)씨의 증언-.
『주택은 대부분 단층 판잣집으로 공동 생활한다.화장실도 물론공동이다.무산에선 특히 일제시대 직원주택의 마루방을 온돌로 개조한 것이 많았다.단층 판잣집이 아니면 지방에선 남한의 2~3층 연립주택에 해당하는 송림식 주택이 흔하다.송림 식 주택도 분양받은 개인이 보완공사를 해 살아야 하는 것은 아파트와 같다.』 황북 신평군 출신 신광호씨는 『신평읍내 주택은 대부분 방하나 혹은 둘 짜리 단층 판잣집이고 농촌의 문화주택은 방이 2개였다』고 말한다.『탄광노동자의 경우 가구당 방이 하나씩이고 공동화장실을 사용하는데 화장실은 항상 발디딜 자리가 없을 정도로 오물이 넘친다.』(김광욱) ▲주택배정 과정=주택배정및 새집짓기는 각급 행정위(도.시.군청격에 상당)의 도시경영과 관할이다.아파트든 단독주택이든 일단 배정되면 사용권은 반영구적이다.
『결혼후 관할행정위 도시경영과에 주택배정 신청을 하고 이사할사람을 미리 알아내야 한다.이런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도시경영과 직원에게 별도로 뇌물을 준비한다.두가지가 잘되면 도시경영과에서 입사증을 받아 들어간다.』(이철규) 원산에서 신접살림을 차린 김동만(43.가명)씨는 『결혼후 동거살림집에 세들어 살았다.도시경영과에서 배정한 셋집이다.주인에게 돈 대신 부식물을 갖다 준다.동거살림집에서 2년을 지낸뒤 도시경영과에 사업해 2칸 집을 배정받았다』고 경험 을 소개했다.사업은 곧 뇌물공여를뜻한다. 중앙당아파트.부장아파트등 관사(官舍)의 경우 좌천이나사임하면 집을 내놓아야 한다.그래서 퇴직을 앞둔 당간부등 공직자들은 퇴직후 생활할 집짓기에 치중하게 마련이다(김영성.윤웅). 김영성씨가 밝히는 집짓기 절차는 자본주의 「집장사」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주로 북송동포와 도행정위원장.국장등 당간부들이 달러를 주고토지사용권을 획득해 개인주택을 짓는데 텃밭이 있는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한다.일반적인 주택관리와 달리 개인주택은 도행정위원회산하 도시계획처에서 관리하므로 여기에 뇌물을 주거나 압력을 가해 땅을 구한다.토지사용료는 없지만 개인주택의 자재등 건설비는 개인이 부담한다.개인주택을 지으려면 도시계획처에서 도시계획이 잡히지 않은 곳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농토를 사용하려면 그만큼의 농지를 마련,대토한 후 농촌위원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이철규씨는 특히 『개인주택 건설을 잘 승인해주지 않으므로 승인받기 위해 보통 5천원 정도의 뇌물을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택 사고팔기=동거세대에서 벗어나기 위해,더 크고 좋은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근무지 변경에 따라 하루라도 빨리 이사하기위해 주택을 사고 파는 불법행위가 발생한다.
『주택에 한번 들어가면 평생 살 수 있고 집을 가진 사람끼리서로 바꾸는 것은 허락되므로 이사할 때는 살 사람을 찾아 웃돈을 받고 넘긴다.형식은 바꾸는 것이지만 평수와 위치가 다르면 돈을 받고 넘기므로 실질적으로 매매가 되는 것이다 .문제가 생기면 주택배정과 사람들과 사업한다.』(조명순) 외화벌이 무역일꾼 김명철씨의 설명은 새로 지은 아파트의 매매과정을 알려준다.
『새로 지은 아파트의 매매는 정부에서 지은 것과 공장.기업소에서 지은 것 간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나도 평양의 광복거리 40평 아파트를 만경대 구역 주택배정과에 7백달러(북한돈 6만원)를 주고 배정받았다.어느 쪽이나「처음부터 돈을 주고 입주자격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같다.
그러나 정부에서 아파트를 짓는 경우 구역마다 주택배정과(평양시는 시행정경제위원회 주택배정처 산하)에 가서 뇌물을 주고 다른 사람에게 돌아갈 것을 빼돌리는 방법을 쓴다.고급아파트의 경우 방3칸짜리는 3천달러,2칸짜리는 2천5백달러 정도고 통상 5백~3천달러면 살 수 있다.평양 광복거리 아파트는 40평형이3천달러정도에 거래된다.
공장.기업소가 짓는 아파트의 경우 자재난을 겪는 공장.기업소에 완공후 몇채를 건네받는 조건으로 자재를 먼저 대준다.공장.
기업소는 완공후 서류상으로는 자기 조직명의로 해놓고 자재공급자에게 사용권을 넘긴다.이때 입사증은 기본적으로 주 택배정과에서발급하지만 기업소에서 아파트 펀드(할당몫)를 더 내오므로 문제가 안된다.』 ***주택교환은 방관 북송동포들은 컬러TV나 냉장고를 주고 주택배정표를 교환한다.결국 집을 비워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집을 양보하는 것과 같다(김영성).
안주출신 백영길씨는『안주에서 20평 아파트는 통상 1천~1천2백원,단독주택은 1만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말했다.『강계에서는 2칸집이 약 1만5천~2만원에 거래되며 화장실 딸린 2칸 집은 2만5천원 정도다.』(고청송).개천에서는 아 파트가 통상1만원 정도에 매매된다(김형만).
신의주 버스운전사 허철(許哲.24)씨는『2칸 짜리 독채의 경우 3만~7만원 정도다.직장을 다니면서 집을 만들어 파는 사람도 있다』고 집장사의 등장도 전한다.
벌목공 엄만규(嚴萬圭.38)씨는 『74년 아버지를 따라 함북경원군 아오지리에서 청진으로 이사하며 집을 1천5백원 받고 팔았다』고 말해 오래전부터 이런 현상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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