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전교조 아직도 정신 못 차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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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새 정부의 교육정책에 날을 세웠다. ‘투쟁’ 방침을 밝힌 것이다. 16일 광주 전남대에서 열린 전교조 ‘참교육 실천대회’에서다.

이날 자리는 새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했다. “새 정부의 교육정책은 경쟁만 심화시킬 것이다” “공교육을 황폐화시켜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전면 반대 투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투쟁 속에서 성장한 세력” 같은 말이 쏟아졌다고 한다. 한술 더 떠 전교조에 오히려 기회라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 양극화가 더욱 심해져 전교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높아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전교조의 상황인식이 어처구니없다. 투정부리기나 어깃장 놓기와 다를 게 없다.

전교조는 새 정부 교육정책 비판에 앞서 자성(自省)부터 해야 한다.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교육 혼란의 한가운데에 전교조가 자리 잡고 있지 않았는가 말이다. 1999년 전교조 합법화 이후 정부 교육정책의 핵심은 ‘평등주의’였다. 우수 학생을 길러내는 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 학교엔 ‘붕어빵’ 교육만 넘쳐났다. 학생·학부모들은 나은 교육을 받겠다며 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 확대를 요구했지만 묵살됐다. 교사의 질을 높이려는 교원평가제는 벽에 부닥쳐 표류 중이다. 전교조 인사들이 청와대와 교육혁신위원회, 교육부 곳곳에 포진해 영향력을 행사해 온 결과다. 전교조가 교육의 경쟁력을 갉아먹어 온 세력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전교조는 내년에 합법화 10년을 맞는다. 하지만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조합원 수(7만7000여 명)도 지난 한 해에만 9200여 명 줄었다고 한다. 10명 중 한 명꼴로 전교조를 떠난 셈이다. 교육현장과 동떨어진 강경 투쟁에 교사들 스스로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고 뭐겠는가. 전교조는 이제 변해야 한다. 그게 살 길이다. 종전의 이념투쟁이나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 투쟁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국민은 물론 조합원의 지지도 없다. 결성 초기의 ‘참교육’을 하겠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돌아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