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역전상황서 현주엽 과감히 교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고려대-중앙대전 후반2분30초.
전반을 32-29로 앞섰던 고려대는 중앙대에 2개의 연속 골밑슛을 내줘 33-32로 역전당했다.
이 순간 고려대 코칭스태프는 센터 현주엽(玄周燁)을 박재헌(朴載憲)과 교체,벤치로 불러들였다.
게임이 뒤집어진 중요한 순간 기둥센터를 뽑아낸 고려대 의도는무엇이었을까.
고려대 벤치의 결정은 두개의 골밑슛을 쉽게 내준 책임을 센터에게 묻고 힘겨운 골밑 플레이를 기피하고 외곽으로 나와 슛을 던져대는 玄의 「외도」(?)에 제동을 건 것이었다.
玄이 나와 있는 사이 중앙대에 연속골을 내줘 8분쯤 42-35까지 뒤졌지만 고려대의 과감한 교체작전은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이었다. 이때 다시 코트를 밟은 玄은 벤치의 주문을 전폭적으로받아들여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골밑 플레이로 중앙대의 탄탄한 수비를 한겹한겹 부수기 시작했다.
중앙대 센터진의 파울이 늘어났고 골밑을 집중견제하느라 느슨해진 외곽에서는 양희승(梁熙勝)과 신기성(申基成)의 야투가 불을뿜었다. 17분쯤 고려대가 57-47로 벌려 승부를 결정지을 때까지 현주엽은 7점을 골밑에서 뽑아냈다.여기에 어시스트를 3개나 성공시켰다.
玄의 활약이 압권을 이루자 여기저기서 『역시 현주엽』이라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그러나 이 감탄과 칭찬은 사실 고려대 코칭스태프의 몫이 돼야 한다.
농구에서 센터는 가장 큰 일꾼이다.궂은 일을 도맡고 공격과 수비의 기둥이 된다.
영어의 「Center」는 말 그대로 중심이 아닌가.큰 일꾼이힘든 일을 피하고 팀플레이를 겉돌 때 과감히 벤치로 불러들여 흥분을 가라앉히고 숨을 돌리게 한다음 승부처에 투입하는 절묘한용병이 이날 고려대의 결정적 승인(勝因)이었기 때문이다.
許珍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