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중국丹東사범대 金仁洙 한국어과 객좌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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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식의 「조선어」가 판을 치는 중국에서 남한식의 「한국어」를 가르치자니 여간 힘든게 아닙니다.』 단둥(丹東)사범대학에신설된 한국어과에서 1년6개월동안 한국어담당 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남한 국적의 김인수(金仁洙.70)씨는 남북의 언어 차가 의외로 큰데 놀랐다고 말했다.
金교수는 원래 국어국문학 전공자는 아니다.지난85년 정년 퇴직할 때까지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근무한 회사원 출신이다.
그는 퇴직직후 중국어에 관심을 갖고 배우기 시작했는데 이것이인연이 돼 자원봉사에 가까운 이 길을 걷게된 것이다.
서울대법대를 나온 그는 6.25때 해군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85년부터 화교소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대만으로 연수도 갔다.그러다 92년 화교소학교에서 보수에 관계없이 단둥에서일할 수 있겠느냐는 제의를 받은 것이다.
『한국어를 가르칠 사람이 없어 조선족 교수면 무조건 한국어를가르치라고 하니 처음에는 난감했습니다.나말고 다른 교수 6명도모두 전공이 다른 조선족들입니다.』 교습방식도 통일되지 않아 난처한 일도 많았다.자신은 「류학생」이라고 쓰면 틀린 것으로 채점하는데 북한식으로 만든 조선어교본을 쓰는 다른 교수들은 「유학생」이라고 쓰면 틀린 것으로 매기는 바람에 학생들이 당황했다는 것이다.
『내가 회의를 소집했어요.「여기는 한국어과 아니냐.그러면 조선어가 아닌 한국어를 가르치자」고 했죠.내가 교재를 책임지고 구해주겠다고 했는데 쉽지가 않아요.』 국민학교 교과서는 대학생들에게 재미가 없고,서울대 언어연구회에서 만든 건 한권에 1만원이나 해 너무 비싸고,국제교육진흥원에서 만든 건 회화중심으로만 돼 있는데다 신청해도 반응이 없다는 것이다.
방학중 잠시 귀국한 金교수는 국제협력단(KOICA)에 교사를보내달라고 요청하고,자신도 자원봉사단원으로 신청했다.
그는 『최근 다롄(大連)외국어학원.랴오닝(遼寧)대학에 한국어과가 생기는등 한국어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부차원의 지원등 종합대책이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金鎭國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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