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회주의 중국보다 더 낮은 국가신인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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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국 경제가 중국의 변방(邊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인가. 계속 죽을 쑤는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무섭게 발전하는 중국 경제를 보며 이런 우려를 떨칠 수 없다.

중국 경제의 발전 속도는 경이로울 정도다. 최근 10년간 성장률은 연평균 9.8%에 달했고, 지난해는 미국.독일.일본에 이어 세계 4위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첨단 기업들이 몰리면서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했고, 내수도 활발해지면서 중국은 세계 6위의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했다. 값싼 노동력과 첨단 기술을 접목, 저가 제품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한 데 이어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서도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정쟁(政爭)과 반목, 빈부(貧富), 노사(勞使) 갈등에다 포퓰리즘으로 소모전을 거듭하면서 '경제 모범생'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지원국으로 추락했다. 지난해 성장은 2.9%(추정)에 그쳤고 올해도 "5%도 안 될"지경이다. 실업자와 신용불량자 천국, 경기 침체, 기업인의 탈(脫)한국 러시가 우리의 현주소다.

그 결과 한국 경제의 국제적 위상은 이미 중국보다 낮아졌다. 세계적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중국의 국가신용등급을 한국보다 한 단계 높게(A2)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S&P도 중국의 등급을 BBB+로 높임으로써 중국의 신용도는 한국보다 불과 한 단계 낮은 수준으로 좁혀졌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정치체제로는 아직도 공산주의를 택하고 있는 나라로 완전 시장주의.자본주의와는 거리가 아직 먼 나라다. 한국은 명색이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한다면서 이제는 사회주의 중국보다도 신인도가 낮아졌다. 국제 신인도가 낮다는 것은 그만큼 불안한 나라라는 것이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 이런 꼴이 됐는가.

국제 신인도까지 이러니 앞으로 중국의 추격을 어떻게 막아낼지 걱정이다. 자본은 중국에만 몰리고 임금도 우리보다 열배 싸고, 리더십 역시 우리보다 훌륭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가 자본주의.시장주의 정신에 더 충실할 수밖에 없다. 정치도 안정돼야 하고 노사 문제도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