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파악 위해 계열사 계좌추적도 착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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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삼성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16일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계좌추적에 착수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기존 검찰에서 수사하던 삼성증권 차명계좌 추적과 별도의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계좌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증권에 개설된 차명계좌 수사와 관련, 삼성그룹 계열사 임원 두 명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특검팀은 삼성 비서실과 삼성증권에 근무했던 이들을 상대로 삼성증권에 김용철 변호사와 삼성 임직원 명의의 차명계좌가 개설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14, 15일 이틀간의 압수수색과 관련, 특검팀 윤정석 특검보는 “삼성 본관 27층에서 비밀금고는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삼성 본관 27층은 김용철 변호사가 “비자금을 보관한 비밀금고가 있다”고 지목한 곳이다. 윤 특검보는 “목표했던 성과를 거뒀지만 한두 번의 압수수색에서 결정적인 증거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자택을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문서나 컴퓨터 파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면 법원이 복사본으로 제한해 발부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등이 1999년 2~3월 시중은행들로부터 삼성투자신탁의 지분을 헐값에 인수함으로써 삼성생명에 손해를 입혔다”며 이 전무 등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다음은 윤 특검보와의 일문일답.

 -삼성 본관에서 비밀금고를 찾았나.

 “치밀하게 확인하고 갔는데 찾지 못했다. 사무실이 과거와 달라졌을 수 있고,(금고가)없어졌을 수도 있다.”

 -압수수색 성과가 없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

 “삼성에서도 압수수색에 대비해 상당히 준비했다고 들었다. 그동안 상당히 수사가 진행돼 왔고 이 팀 구성 전에 검찰 특본에서도 여러 차례 압수수색을 했다. 이번에 결정적 증거물이 나온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김승현·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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