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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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부르는 이유는 의외성이다. 제아무리 강팀이라도 특정 팀에는 징크스를 보이기도 하고, 신나는 연승 행진을 하다가도 천적을 만나면 바로 꼬리를 내리기도 한다.

남자프로농구 선두팀 TG 삼보는 안양에만 가면 움츠러든다. 하위권인 SBS의 홈구장이다. TG 삼보가 이번 시즌 SBS를 상대로 거둔 성적은 3승3패. 지난 25일 79-81 역전패를 비롯해 3패가 모두 안양에서 당한 기록이다. TG 삼보 김지우 사무국장은 "선수들이 안양에서 경기하는 것 자체를 싫어 한다. 원주와 달리 관중도 없고, 산만해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SBS 정덕화 감독의 설명은 좀 다르다. "수년 전 TG 삼보의 전신인 나래와 코트에서 심한 육박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때 이후로 선수들이 TG 삼보만 만나면 신경전을 벌이며 투지를 보인다." 결국 실력만큼이나 정신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모든 팀에 열세인 8위팀 SK는 통신 라이벌인 7위 KTF에는 유독 강하다. 26일 현재 16승32패이지만 KTF에는 4승2패로 확실한 우위다.

SK 박형도 사무국장은 "최근 양사 간 통신전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이라 KTF에만은 절대 질 수 없다는 부담감이 있다. 이상윤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KTF의 전신인 코리아텐더의 감독이었던 것도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꼴찌팀 모비스는 올 시즌 삼성에 6패, TG삼보와 전자랜드에 5패 등 이들을 상대로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한(恨)을 풀어주는 팀이 바로 SK다. 모비스는 SK를 상대로 4승1패의 압도적인 우세를 보이고 있다.

오리온스는 TG 삼보에, SBS는 KCC에 6전 전패의 수모를 당했다. 오리온스 김진 감독은 "TG 삼보는 외곽슛과 높이에서 뛰어난데다 스피드까지 갖추고 있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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