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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예비가수 조련하는 가수 겸 프로듀서 현진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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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가수 현진영이 m-net '오디션 대작전'에 출연 중인 가수 지망생들에게 발성 훈련을 시키고 있다. 이 프로엔 김정란(19).안순용(21).방현태(20).함태환(21).윤주명(22)씨와 쌍둥이 자매 김진경.선경(17)양 등이 참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가수 등 연예인 지망생에겐 유혹의 손길이 많이 뻗치기 때문에 자칫 빗나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가수'에 앞서 '사람'부터 만들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부터 케이블 채널 m-net의 '오디션 대작전'(매주 금요일 오후 6시 방송)을 통해 가수가 되려는 10대 후반~20대 초반의 도전자들을 훈련시키고 있는 가수 겸 프로듀서 현진영(33)씨. 10여년 전 특유의 '엉거주춤'과 함께 '흐린 기억 속의 그대'를 신나게 부르곤 했던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도전자들을 눈물 쏙 빠지게 야단치는 '호랑이 선생님' 현진영이 낯설 수밖에 없다.

"너는 노래를 목으로만 부르니까 자꾸 목이 쉬는 거야" "춤만 추고 입만 뻥긋거리는 '립싱크' 가수가 되고 싶냐?"

현씨의 호된 지적은 매회 계속된다. 어디 그뿐일까. 물구나무 선 채 노래하기, 러닝머신 위에서 뛰면서 발성하기, 산 정상까지 오르며 계속 노래하기 등 이제껏 현씨가 실시한 '가수 만들기 훈련'은 혹독하기 짝이 없다.

"모두 제가 받았던 훈련들이에요. 열여덟살 때 연예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에 의해 발탁된 뒤 작곡가 홍종화씨와 한 음대 교수로부터 2년여간 별의별 훈련을 다 받았어요. 나중에 SM이 키운 가수 보아도 저와 똑같은 훈련을 거쳤다고 하더군요."

그 덕분에 현씨는 격한 춤을 추면서도 라이브로 노래를 소화할 수 있는 실력과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어려운 훈련을 거치면서 처음엔 나약하기 짝이 없던 우리 아이들도 많이 강해졌어요. '이렇게 힘든 훈련도 하는데 뭘 못하랴'하는 생각이 든 것이죠. 고소공포증을 가졌던 아이가 해병대에 가서 낙하훈련을 거뜬히 받아냈고, '자기관리가 안 되면 가수 못 한다'는 말에 뚱뚱했던 아이가 살을 엄청나게 빼기도 했어요."

1990년 '야한 여자'로 데뷔한 현씨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현란한 랩의 힙합을 선보여 화제가 됐고, 이후 히트곡을 잇따라 내며 인기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마약의 유혹에 빠지는 실수를 네차례나 저지른 뒤 방황을 거듭하다 2002년 공개 치료를 계기로 재기한 바 있다.

"청소년기에 갑자기 집안이 기울며 어린 나이에 가장 노릇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인성이 피폐해졌던 것 같아요. 하지만 치료 받기 전 1백8㎏이던 몸무게가 지금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66㎏으로 줄 만큼 새 사람이 됐습니다. 오는 5월께 5집 앨범이 나오면 지상파 방송에서도 완전히 달라진 제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현씨는 자신의 앨범 작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다음달 중순 '오디션 대작전'의 도전자 중 최종 승자 한명이 결정되면 프로듀서로 나서 그를 가수로 데뷔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현씨는 이어 "중도에 탈락하든 안하든, 가수가 되든 못되든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임현동 기자 <hyundong3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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