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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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성감대(性感帶)는 쾌감을 위해 있다.그리고 쾌감은 새 생명을잉태케 하기 위해 마련된 감미로운 유도기능이다.
훗날 아기의 산도(産道)가 되는 질(질)이 열락(悅樂)의 터널로 삼아져 있는 것은 이를 상징하는 흥미로운 생태다.
활처럼 휜 이 터널의 길이는 7.5~10㎝.벽에는 주름살이 잡혀 있다.
이 주름살 또한 쾌감을 위해 존재한다.남성의 성기를 자극하고,그로 인하여 여성 자신의 성감도 높이게 되는 것이다.
프랑스의 여류작가 보부아르는,쾌감은 이 질 뒷벽 쪽에서 가장두드러지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나 길례는 그것을 실감치 못한다.동서양의 여성 생리에 차이가 있는 것인가.아니면 길례가 아직까지도 성감에 제대로 눈 뜨지 못한 까닭인가.
길례 내외의 성생활은 담백했다.
별다른 기교 없이 진행되고 곧 끝이 나면 그것으로 그만이다.
아내의 쾌감을 위한 탐험정신 따위는 눈 씻고 찾으려해도 없었다.능히 성감대가 개발되어 있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질은 근육의 다발로 에워싸여 있다.
의학적으론 「골반저근육군」(骨盤底筋肉群)이라 불리는 것으로,특히 질 어귀와 좀더 안쪽에 있는 고리 모양의 두 근육은 여성의 오르가슴,즉 절정의 쾌감과 더불어 수축을 되풀이하게 된다.
연습하기에 따라서는 의도적으로 조였다 풀었다 할 수 있게 되는수축근(收縮筋)이기도 하다.
따로 훈련한 것은 아닌데 길례는 수축에 능했다.그렇다 해서 남편이 이 행위에 감동한 일도 없었고,그 수축작용이 자신에게 특별난 쾌감을 주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그런데 그런 능력을 지닌 질이 소위 「명기」(名器)로 꼽힌다는 사실을 길례는 산부인과 의사 친구한테서 들은 적이 있다.
여고 동창인 그녀는 해부학 교수라는 동료 의사의 말이라며 야담같은 얘기를 들려주었었다.
『글쎄,한번 조였다 하면 남자를 안 놔줄 정도로 수축력이 강한 여자가 있었대.이건 실화(實話)야.
일제(日帝)때 명월관이라는 유명한 요정(料亭)의 기생이었다나봐.명문 여자전문학교 문과 출신이라니까 당시로선 상당한 지식여성이었던 셈이지.윤영애라던가?』 아버지는 일본에서 대학을 다닌사회주의 독립운동가.감옥살이도 했다.
그녀가 기생이 된 것은 가난 때문이었는지,그런 아버지를 돕기위한 공작차원의 목적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떻든 재색(才色)을 겸비한 그녀는 일본 교관과 부호들을 한 손에 쥐었다.
강한 수축력을 지닌 그녀의 육신이 무엇보다도 큰 무기였다.
그녀가 죽자 일본 관헌(官憲)은 그녀의 자궁(子宮)과 질을 도려내 포르말린에 넣어 보관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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