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신고제 앞두고 잔금 날짜 실랑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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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지난 24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Y공인중개업소. 인근 W아파트 33평형 매수자와 매도자가 잔금 지급일을 두고 옥신각신했다.

매수자는 잔금을 한 달 안에 주겠다고 하자 매도자가 4월 24일로 해달라는 것이다. 매수자는 "잔금이 4월로 넘어가면 취득.등록세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달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매도자는 "이사 갈 집을 마련하기가 너무 촉박하다"고 응수했다.

다음달 말로 예정된 주택거래신고제 도입을 앞두고 아파트 중개 업계가 거래 성사를 바짝 서두르고 있다. 주택거래신고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면 취득.등록세 부담이 크게 늘어나 이 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거래를 마무리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주택거래신고제는 투기지역 가운데 아파트값이 한달 동안 1.5% 이상 오르거나 3개월간 3% 이상 오른 지역이 지정 대상이다. 신고 대상 지역이 되면 계약 15일 이내에 관할 시.군.구청에 실거래가를 신고해야 하는데, 취득.등록세가 시가 표준액을 기준으로 하는 지금보다 세배 정도 오른다.

이 때문에 서울 강남.서초.송파구 등 주택거래신고제 적용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지역에서 거래되는 아파트의 경우 잔금지급일을 마구 앞당기고 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C부동산 P사장은 "최근 들어 아파트 매매 거래가 다소 늘어났는데 신고제 지정 가능성 때문"이라며 "지난달에는 매매 거래를 한건만 했는데 이달에는 중순 이후에만 5건을 성사시켰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보통 소형아파트는 계약부터 잔금일까지 한달 정도, 중대형은 45일 정도 걸렸으나 지금은 무조건 한달 이내로 잔금을 지급하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서초동 N부동산 M사장은 "지금 아파트 시장이 매수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에 매도자가 다소 불리하더라도 속전속결식 거래에 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거래신고지역 지정과 관계없이 어차피 올 8월에 바뀌는 중개업법에 따라 중개업자가 실거래가로 의무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황성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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