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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mily] 옆집 아줌마 펜 잡았다더니 … 작가 아무나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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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내 인생의 스프링캠프』로 지난해 제1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받은 정유정(42)씨도 주부다. 국문과를 가고 싶었지만 집안 반대로 간호사가 됐다가,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고 싶어 15년 직장생활을 접었다. 공모전에서 수없이 쓴잔을 마셨고, 운좋게 장편소설을 세 권 냈지만 반응은 전혀 없었다. 한 공모전에서는 “문학을 모욕한다”는 악평마저 들었다. 그래도 쓰고 쓰고, 또 썼다. 마침내 얻어낸 심사평이 “한번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다.” 출간 6개월 만에 1만5000여 부가 나갔다.

평범한 주부에서 각광 받는 작가로-. 한때 글 깨나 썼던 문학소녀였지만 육아·살림에 잊고 잊었던 작가의 꿈을 실현하는 주부들이 늘고 있다. 문학은 물론 육아·논술·체험학습 등 논픽션 쪽에서도 이런 움직임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글 솜씨, 그리고 남과 다른 안목이 있다면 당신도 할 수 있다는데. 선배 주부작가들의 경험담을 들어본다.

#인터넷 글쓰기부터 도전
 
작가의 기본 조건은 꾸준함이다. 책읽는 습관, 글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왕도가 따로 없다. 그러나 ‘지름길’은 있다. 혼자 쓰는 것보다는 자기 블로그나 동호회 게시판에 정기적으로 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독자 반응을 즉각 체크할 수 있다. 재미있는 글, 얘기가 되는 글에 대한 ‘감’을 키우게 된다. 입소문이 나면 책을 낼 수 있는 기회도 잡게 된다.

정유정씨도 “인터넷 문학동호회에서 게시판 활동을 하면서 글을 계속 쓸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특히 블로그 활동은 나중에 책 주제가 될 만한 자료를 축적하는 데 더없이 유용하다.

인터넷에서 자유기고를 할 기회가 생기면 놓치지 않도록 한다. 인터넷 육아정보 사이트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하던 임명남(36)씨. 연년생 아이를 키운 경험을 주로 다뤘다. 어느 날 한 출판기획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동안 당신 글을 흥미롭게 읽었다. 우리와 함께 책을 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었다. 그래서 나온 책이 『대치동 유치원 무엇을 가르치나?』(2006년). 지난해에는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일하는 엄마의 야무진 교육법』도 냈다. 요즘도 여러 매체로부터 어린이 교육 관련 원고를 청탁받고 있다.

#나만의 콘텐트를 개발

소설가가 꿈이 아니라면 임씨처럼 ‘전공’을 정해놓는 것이 좋다. 체험학습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주부 홍준희(39)씨도 “다른 사람이 아직 쓰지 않은 ‘나만의 콘텐트’를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 출판사에서 주부모니터를 하다 2005년 성장동화 『나도 자존심 있어!』를 쓰게 되면서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국내 작가가 쓴 성장동화가 드문 현실에 착안했다. 그게 책 출간까지 이어지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두 딸을 키우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엄마들을 위한 체험학습 안내서도 쓰고 있다.

『깔깔마녀는 일기 마법사』『깔깔마녀는 독서마법사』등으로 네티즌 사이에서 유명한 주부 황미용(39)씨. 그의 장기는 창의력·사고력 수업이다. 2003년부터 교육·육아 사이트 ‘아삭’(www.asak.co.kr)을 운영 중인 그는 “책으로 쓸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남들보다 좀 더 관심 있고, 좀 더 자신 있는 분야를 정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라”고 제안했다.

물론 ‘우연’이란 없다. 인내심을 갖고 실력을 꾸준히 쌓은 사람들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선배 작가들의 결론은 결국 “많이 읽고 많이 쓰라”는 것이다. 일기나 편지 쓰기, 아니면 일상의 단상을 긁적거리는 데서부터 글공부가 시작된다는 얘기다. 영화나 서적의 리뷰를 꼬박꼬박 쓰는 것도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데 좋다.

글=기선민 기자·이우영 패밀리 리포터,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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