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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통일의 꿈 담은 "양곡보내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5천년의 기나긴 역사를 단일민족으로 이어온 한겨레의 사랑을 우리는 지난 50년동안 잃고 살아 왔습니다.조국반도의 허리가 잘린채 형제끼리 총을 겨누고 부자와 모녀가 나뉘어 살며 생사를모르고 살고 있습니다.분단 반세기,1만5천여의 밤과 낮이 흐르는 동안 조부모가 친외손자.손녀의 이름.나이.얼굴도 모르면서 이렇게 눈물.아픔. 답답함을 가지고 해방 50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이 쓰라린 현실을 보며 저와 같은 한 작은 복지법인에종사하는 종교인이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늘 고민했습니다.구제물자,특히 쌀을 가지고 캄보디아로 방글라데시로에티오피아로 소말리아로 갈때마다 밤잠을 설쳤습니다.북 쪽의 우리 겨레는 10년동안 농작물의 수확이 흉년을 거듭했고『의식주』란 말을『식의주』로 바꿔서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합니다.양식사정이 몹시 나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것입니다.한민족이 이대로 분단된 채 서로 의 삶과 삶의 양식이나 그밖의 필수품들을 나누지 못하면서 해외구제는 무슨 낯으로 한다는 말인가.지난해 출장중엔 유엔에서 오래 같이 일을 했던 한 친구가 제게 물었습니다.세상에 다니면서 딴 민족을 구제하는것 보다 남북한이 서로 돕는 일이 더 중하고 급하지 않으냐는 질문이었습니다.저는 심장에 화살을 맞은 듯한 아픔과 부끄러움을절감했습니다.
휴전선 북녘과 우리 남쪽 형제들이 해방 50주년의 새 아침에깊이 생각하고 깊은 악몽에서 깨어나 해야 할 제일 긴박한 일이있다면 그것은 상실했을 동포애의 재발견과 할 수 있는 적은 일이라도 찾아서 과감하게 행동하는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양쪽 정부는 정부끼리,실업계는 상업교역을 통해,문화예술인들은 그 분야에서,체육단체들은 운동 경기와 교류를 통해,그리고 종교인들과 복지단체들은 각각 서 있는 자리에서 분단과 불신,단교(斷交)와 대치의 늪에서 헤어나와 통일과 신뢰,서신교환과 화해의새 숲을 가꾸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던중 몇년동안 기도하고 준비했던 일에 응답이 있었던 것입니다.지난연말 북쪽 형제들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온 것입니다.그리고 적지 않은 양곡을 요청받은 것입니다.제 개인이나 제가 섬 기는 복지법인으로서는 감히 생각하기 어려운 분량이었습니다.잠을 설치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도했습니다.그리고 국제선명회가 한번 이 일을 해 볼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그일이 있은지 꼭 한달여가 지났습니다만 그동안 이 일을 가지고 많은 분 들,특히 종교계 지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결론은 종교인들과 종교단체들이지극히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그리고 절대로 정치.경제적 이해관계를 떠나 조심스럽게 우리의 양식과 세상의 잉여농산물(밀가루.
옥수수.우유. 식용유등)을 남포로,청진으로,남양과 신의주로 보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제 기도는 하루라도 속히 북한의 정부가 우리쪽 정부와 오순도순 대화하게 되기를 바라는 것과 경제계.문화예술.체육계의 교류가 원만히 이루어지도록 간절히 비는 일입니다.그리고 또 동시에종교인들과,특히 종교계의 지도자들이 우리가 50 년간 기도만 해 오던 화해와 통일의 거칠고 험한 길, 길도 아닌 광야로 뛰어 나가 할 수 있는 인도적(人道的)이며 종교적인 대화와 나눔의 실천을 할 수 있도록 바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동포애를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렇게도 깊어진 불신의 골을 메울 힘은 순수한 종교적이며 인본적인 사랑의 나눔밖에는 없습니다.그리고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통일이 오게 해달라는 기도는 너무 오랫동안 많이 해왔습니 다. 8.15에 그러했듯이 통일은 졸지에 누구도 모르는 한 밤중에 도둑처럼 올 것입니다.오리라고 믿습니다.그런데 그전에 남북의 교류가 빈번해야 하고 무엇보다 7천만 형제끼리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합니다.그 일은 우선 종교와 민족복지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책임일 것입니다.피땀을 흘려야 할 일입니다.
우리는 통일벼를,옛날의 우리 선조들이 묻힌 중국동북삼성에서는옥수수를,유럽.북미.호주로부터는 우유.밀가루를 할 수 있는 대로 우정과 동포애로 보내 보십시다.그 결과를 저는 모릅니다.하느님은 아십니다.두려운 마음과 적지 않은 모험이 라는 인식을 가지고 우리 모두 한 걸음씩 발짝을 함께 옮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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