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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사람들>가락동 현대7차 조혜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송파구가락동 현대7차아파트 조혜선(43)씨의 베란다는 낡은 상,삐걱대는 나무의자,이빠진 독등 동네사람들에게 버림받은 쓰레기들로 꽉 차있다.
『저 물건들도 조금만 손을 보면 아주 개성있는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날 거예요.』 조씨의 거실 또한 별나다.스티로폴을 벽돌모양으로 쌓아만든 벽난로와 여름옷을 넣어둔 크고 작은 장독들이시치미 뚝 떼고 고가의 장식품 대신 거실 한가운데 버티고 있다.금칠을 한 양주병과 페인트통,페인트칠을 한 주전자 등도 자세히 보 지 않으면 재활용품인지 전혀 모를 정도로 근사하다.
조씨는 쓰레기장을 뒤져 버린 물건을 주워다 개조해 쓰는 남다른 재주로 옆동네까지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다.
『하루에 두세차례 정도는 쓰레기장을 둘러보고 남의 집에 갔을때도 항상 그 동네 쓰레기장에 들러 쓸만한 물건들을 주워갖고 오곤 합니다.』 그의 쓰레기장 뒤지기는 89년부터 시작됐다.지금은 중2가 된 아들의 국교 시절 어머니회 모임에서 가정속의 환경운동을 솔선수범하자고 결의한 뒤「안버리기.버려진 물건도 고쳐쓰기」를 시작한 것이 계기.
이 어머니모임은 현재 3백70여가족이 참여하는「푸르게 사는 모임」으로 성장했고,조씨는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혼자만 이렇게 산다면 의미가 없죠.더많은 사람의 동참이 중요합니다.』조씨는 자기집에서 반상회가 열리는 날이면 많은 재활용품들을 꺼내놓고 재활용 인테리어의 실례와 방법을 가르쳐준다.
동네사람들에게 다음달에 해 올 재활용숙제를 내주기도 한다.
또 문정동에서 피자집을 운영하기도 하는 그는 피자집에서 매일나오는 크고작은 원두커피깡통을 예쁘게 색칠해 쓰레기통이나 연필통등으로 만들어 필요한 이웃과 고객에게 나누어 주는 일을 하고있다.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나눠준 깡통만 1만5 천여개 정도.
『아침에 관리실에서 상같은 물건을 버릴 때는 완전히 부수어 규격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방송하더군요.나같이 쓸만한 물건을 주워 쓰는 사람은 힘들게 됐어요.』 쓰레기장을 뒤지던 조씨는 쓰레기 종량제가 오히려 쓸만한 물건을 부숴놓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동사무소나 구청에서 안쓰는 물건 집하장이라도 마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梁善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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