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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투기성 핫머니 관리장치 시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93년말 현재 전세계적으로 거래잔고가 약 16조달러에 달하는파생금융상품(Derivatives)은 기업과 금융기관으로 하여금 자산과 부채를 효율적으로 관리케 함으로써 투자위험을 최소화시켜 주는 장점을 갖고 있다.그러나 최근에는 파 생상품이 투기성 핫머니가 되어 세계증권시장과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저해한다는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일례로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 인접한 오렌지 카운티(우리나라의 郡에 해당)가 작년 11월 파생금융시장에서 15억달러의 손 실을 보고 파산보호신청을 냈다. 또 작년초 독일의 메탈게젤샤프트社는 원유선물 거래에서,금년초 미국의 레만 브러더스社는 중국의 국영기업을 상대로 행한파생상품거래에서 각각 7억달러와 1억달러의 손실을 보았다.국제금융시장의 슈퍼스타인 소로스에게도 94년은 악몽의 한 해였다.
그는 미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지속적인 「채찍」정책(엔에 대한 달러의 절하압력)이 美日 통상협상을 통해「당근」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80억달러 규모의 선물환거래에 투자하였다.그러나 예상치 못한 협상결렬로 엔화 가치가 계속 상승하자 소로스는 10억달러의 손실을 보았다.
현재 국제금융시장의 문제점은 이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투자주체가 90년대 들어 투자신탁이나 연기금의 매니저로 구성된 투자가집단으로 바뀜에 따라 기존의 국제기구가 이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없다는 데 있다.이는 지난해 개 발도상국으로유입된 2천2백50억달러의 75%를 상회하는 1천7백억달러가 개인자본이었으며,92년의 유럽통화 파동이나 최근의 멕시코 페소화 위기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및 G7국가들의 금융위기 대처 능력이 엄청난 개인자본에 압도당하고 있는 현상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실제로 지난해 10월 이후 석달사이에 미국의연기금자금이 멕시코로부터 1백60억달러를 일시에 회수하자 페소화의 급락은 불가피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국경을 넘나들며 국제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투기성핫머니는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중인 우리경제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설날연휴가 끝나자마자 확정 발표된 우리의 외환제도 개혁안은자본거래에 관한 개방일정이 늦추어진 소극적 조 치인 것으로 판단된다.물론 멕시코 금융위기 등을 염두에 둔 듯하나 이보다는 무엇보다 핫머니를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세심한 검토와선진국의 누구와도 금융상품을 거래하고 흥정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하겠다.
최근의 금융위기가 시사하듯 이는 기본이 되면서도 매우 시급한사항이다.모든 금융체계는 신용이라는 접착제로 붙인 커다란 덩어리며 신용은 안정감을 주는 의사소통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이다.
〈三星경제硏선임연구원.經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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