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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나의 양반문화 탐방기 1" 尹學準 지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저승에서 퇴계 이황(李滉)을 만났더니 어찌된 영문인지 삐쩍말라서 운신도 못하고 길바닥에 누워 있었다고 한다.그래서 깜짝놀라「아니,선생님 도대체 어찌된 영문입니까?」라고 물었더니 퇴계의 대답인 즉슨「글쎄 이런 법이 어디있소.자 손 놈들이 일은안하고 그저 나만 뜯어먹고 있으니,내가 아무리 영양을 섭취해도도무지 배겨낼 도리가 있어야지」라고 하소연하더라나.』 이 책에소개되는 하나의 우스개 소리지만 과거 가문에 지나치게 집착하던양반들을 꼬집는 대목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알수 있듯 일본에서 40여년을 살아야했던 저자가 우리나라 양반문화의 본산으로 통하는 고향 안동일원에 대한 뼈에 사무치는 향수를 적은 글이다.그러면서도 구수한 말씨와폭넓은 문화적 소양으로 자신의 경험을 객관화시켜 수백년전의 양반의 삶을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재현해내는데 성공하고 있다.
일본에 오래 체류하면서 그쪽의 문화에 조예가 깊은 저자가 우리나라의 양반격인 일본의 무사계급「사족(士族)」과 양반은 비교하고 있는 것도 그렇고,저자 나름대로 양반과 공산주의의 관계를분석한 대목,왕비를 많이 배출한 자신의 가문 파 평윤씨를 들어「치맛바람 양반」이라고 지적하면서 양반콤플렉스를 분석하는 대목도 재미있다.〈길안사.각권 3백10여쪽.Ⅰ권 5천원,Ⅱ권 4천원〉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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