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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한국 프로야구 ② 구단 가치는 스스로 높여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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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고객 곁으로 더 가까이. 이만수 SK수석 코치는 지난해 인천 문학구장에 관중이 꽉 들어차면 팬티쇼를 벌이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실제로 지켰다. 이 코치가 팬티쇼를 벌이는 장면.

 KT의 현대구단 인수 포기가 프로야구계에 일파만파의 충격을 주고 있다.

 18일 구단 사장들이 긴급 이사회를 열기로 했지만 ‘올 시즌 7개 구단으로 간다’는 이상의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야구 원로의 말대로 7개 구단 체제는 한국 야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거의 재앙에 가까운 후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구단 가치가 하락을 해도 분수가 있지, 자유계약선수(FA)가 된 한 유명선수의 장기계약 몸값과 비견되는 현실을 구단은 직시해야 한다.
 구단별 한 해 적자 폭이 100억원을 훌쩍 넘는 상황에서 야구단에 새로 들어올 기업을 찾기보다는, 야구를 그만두려는 구단을 막으려는 ‘집안 단속’이 더 시급하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구단 운영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절실하다.

 ◆구단도 기업이다=프로구단도 기업이다. 더 이상 모기업의 지원에 기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게 아니라 비즈니스 마인드로 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양대 김종(스포츠 산업학) 교수는 “지금까지는 구단들이 수익을 올리는 데 신경을 쓰지 않고 승부만 생각했다”며 “이는 구단운영을 비즈니스가 아닌 스포츠로 봤다는 얘기로 지극히 아마추어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 회사 ‘스포티즌’의 심찬구 대표는 “현재 프로야구단들은 야구팀을 왜 운영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목적의식이 없으니 돈을 벌 수가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지가 약했던 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홍보효과’를 믿었던 탓이 크다는 설명이다. 구단 경영에 적자가 나더라도 막연하게 홍보효과를 들먹이며 적자를 덮으려 했다는 것이다. 홍보효과가 의미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생존해야 홍보도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거품 빼고 수익모델 창출해야=적자 기업이 흑자를 내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첫 걸음이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 프로야구선수들의 연봉에 끼어 있는 거품부터 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도 구단과 동업자 정신을 가져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며 “기업이 어려우면 인건비를 줄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수익 측면에서는 관중 동원, 상품 판매 등 기존의 방법 외에 야구단이 모기업의 마케팅 툴로 적극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가장 좋은 예가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 마케팅’이다. 요미우리 구단은 이승엽이라는 수퍼스타를 거액을 주고 데려갔지만 한국에 파는 TV 중계권 하나만으로도 ‘본전’ 이상을 건지고 있다. 한국 야구도 외국인 선수 제한 규정을 뜯어고쳐 우리 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선수들을 데려와 그들을 키우며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용을 줄이고 수익을 늘리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업이 생존 능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엔 구단들의 생명도 시장논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 60억원이 아닌 20억원에 구단 가치가 형성되면 그 가격대로 시장에서 거래돼야 한다. 김종 교수는 “쓰러지는 구단은 쓰러져서 구단 숫자가 7개가 아닌 6개로 줄어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야구에 약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경덕·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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