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 펀드, 오랜만에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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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채권형 펀드가 오랜만에 웃었다. 최근 주식시장이 비틀거리면서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9일까지 최근 일주일 동안 7723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직전 한 주 동안 848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장·단기 채권형 펀드 모두 규모가 커진 것은 지난해 8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각각 390억원, 4607억원이 늘었다. 혼합 채권형에도 2726억원이 더 들어왔다.

수익률도 양호하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일반 주식형 펀드는 11일 현재 평균 -0.49%의 주간 수익률을 기록한 반면 일반 채권형 펀드는 0.17%(연 환산 9.02%)의 주간 수익률을 나타냈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예상보다 빨리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펀드로 몰리던 돈은 크게 줄었다. 한 주 동안 2조 1980억원이 늘긴 했지만 전주의 5조8715억원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수익률도 채권형만 못하다.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펀드는 11일까지 한 주 동안 평균 0.49%씩 원금을 까먹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1.51%)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다.

채권형 펀드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도 9일까지 한 주간 주식형 펀드에서는 84억2700만 달러가 빠져나갔지만, 채권형 편드에는 26억8300만 달러가 들어왔다. 머니마켓펀드(MMF)도 477억7900만 달러가 늘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미국 경제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국내외 증시에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성재만 연구원은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어느 때보다 분산 투자가 강조되고 있다”며 “한동안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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