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만 불린’ CEO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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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회사는 망해도 최고경영자(CEO)는 따뜻하다? 미국 1위의 모기지 업체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CEO 앤젤로 모질로(사진) 회장이 구설수에 올랐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회사는 파산 위기에 몰렸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회사를 팔아치우면서 본인은 거액을 거머쥐게 됐기 때문이다.

미 로스앤젤레스(LA) 타임스는 최근 컨트리와이드의 급여 계약 자료를 근거로 “모질로 회장이 회사를 떠나면 퇴직금·스톡옵션·연금 등으로 최대 1억1500만 달러(약 1080억원)를 거머쥔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컨트리와이드가 파산하지 않아 급여 계약이 유효하다”며 “회사는 2011년까지 자가용 비행기를 무료로 제공하고 골프 비용까지 대줘야 한다”고 전했다. LA 타임스는 모질로 회장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어떤 답변도 듣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미국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컨트리와이드에서 담보 대출을 받은 고객들이 집을 압류당하고 주주에겐 막대한 손실을 안겨준 마당에 CEO만 거금을 챙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난해 1월 40달러를 넘었던 컨트리와이드의 주가는 6달러대로 떨어졌다. 바니 프랭크 미 하원 금융위원장은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집을 압류당한 사람을 돕는 공익 재단에 급여의 일부라도 출연하라”고 권고했을 정도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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