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이것이궁금하다>햄.소시지 함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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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주부 張모(42.서울 목동)씨는 중학생 아들의 도시락 반찬용으로 햄과 소시지를 자주 사면서 주로 유통기한만을 확인해 왔다. 그러다가 하루는 집에 돌아와 포장지에 적혀 있는 원료함량을읽어보고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에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돼지고기로만 만드는 걸로 알아온 햄.소시지에 닭고기.칠면조 고기가 잔뜩 섞여 있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이다.
張씨는 뭔가 잘못된게 아닌가 싶어 다음날 슈퍼에 들렀을 때 다른 햄과 소시지의 포장지 내용을 일일이 살펴 보았다고 한다.
평소에 애용해온 불고기햄.김밥햄.고기완자햄과 동그랑땡.후랑크소시지는 물론이고 다른 제품까지 죄다 훑어 보았다는 것이다.
햄과 소시지의 종류는 제일제당.롯데햄우유.진주햄 등 주요회사마다 각각 10여가지에 달하는데 돼지고기의 함량은 제품별로 천차만별이었고 닭고기와 칠면조고기가 서로 다른 비율로 섞여 있었다. 돼지의 등심부위로 만든 로스햄이나 엉덩이살로 만든 본리스햄은 돼지고기 함량이 95%에 달했지만 훈제햄처럼 칠면조고기가43%로 가장 많고 나머지를 닭고기(24%)와 돼지고기(18%)로 채운 제품도 있었다.
김밥햄은 돼지고기(35%),닭고기(24%),칠면조고기(16%)로 이뤄졌고 고기완자햄은 돼지고기(56%),닭고기(10%),칠면조고기(9%)로 나타났다.제일제당은 올해부터 불고기햄의 돼지고기 함량을 38%에서 83%로 끌어 올려 품질 을 향상시킨신제품을 내놓기도 했다.소시지의 함량도 제각각이어서 후랑크 소시지는 돼지고기가 88%로 비교적 높은 수준인데 비해 켄터키 프랭크 소시지처럼 돼지고기(23%)보다 칠면조고기(46%)가 많이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張씨는 무엇보다 닭과 칠면조고기를 섞어 만드는 이유가 궁금했다.상식도 넓힐겸 내친 김에 햄회사에 다니는 친구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설명을 들었다.
친구 남편은 『햄이나 소시지를 죄다 돼지고기로 만드는 제품은거의 없다』면서 『돼지고기 값이 비싸다보니 상대적으로 값이 싼닭고기와 칠면조 고기를 섞어 쓴다』고 들려 줬다.
쇠고기와 새우살.야채가 원료로 포함되기도 하고 명태나 갈치를갈아 만든 연육을 쓰는 제품도 있는데 외국에서는 식성에 따라 양고기.말고기.토끼고기를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는 또 국내에서 사용되는 돼지고기와 닭고기는 대부분 국내산인데 칠면조고기는 미국산으로 넓적다리살만 수입해 쓰고 있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참고로 국내 육가공업체들이 사용하는 고기는 돼지고기가 연간 3만8천t에 달하고 닭고기 1만7천t,칠면조고기 1만5천t,연육.쇠고기 1만3천t등이라는 통계도 알려 줬다.
〈李鍾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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