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살리려 만든 특별법 부처 이견…무산 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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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와 기업들이 이공계 살리기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정작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일한 법은 정부 부처 간 의견 차이로 좌초 위기를 맞고 있다.

국회와 주관 부서인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6일 '국가기술공황예방을 위한 이공계 지원 특별법안'(이하 이공계특별법)이 임시국회 법사위에 상정될 예정이다. 과기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교육인적자원부의 반대로 통과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26일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이 법안은 16대 국회 내에 처리되지 못해 자동으로 폐기된다.

이공계특별법은 ▶초.중학교의 이공계 관련 교과과정을 질적으로 개선하고 ▶큰 업적을 남긴 과학기술인에게 평생 연금을 주며▶이공계 출신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 서비스 자격제도를 신설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밖에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실태를 매년 조사하고▶이공계 출신을 채용한 기업에 세제 혜택을 줄 수 있는 근거 등이 포함돼 있다. 법안을 발의한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은 "산발적이고 중구난방으로 나오고 있는 이공계 살리기를 범부처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법"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지난해 10월 李의원이 의원입법으로 발의해 지난달 11일 국회 과기정보통신위원회를 우여곡절 끝에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어느 정도 합의에 도달했던 사항들이 다시 불거지며 국방부와 교육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쟁점은 특별법 제8조의 '초.중등 과학 교육 개선'조항과 18조 '대체복무 제도'다. 8조는 교육부가 "이미 존재하는 '과학교육진흥법'과 겹치고 교육부 관할 사항"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반면 과기부는 "과학교육진흥법이 거의 유명무실한 데다, 이공계 특별법은 범부처적인 포괄법이라 교육 관련 조항이 꼭 들어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체복무 제도는 현역 입영 대상인 국가 전략 분야의 이공계 인력을 기초군사훈련 후 과학기술 분야에 단기간 종사하게 하는 제도다.

국방부는 "현역병 자원이 갈수록 줄어드는데 대체복무제도를 명문화할 수 없다"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과기부는 "구체적인 시행령을 국방부 장관이 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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