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전립선암 예방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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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처칠은 “미래를 위한 가장 확실한 투자는 어린이에게 우유를 마시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골적인 우유 예찬이다. 우유는 완전식품이란 찬사도 받는다. 완전하다는 것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다는 의미다.

 영양학자는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하루에 우유를 한 팩 이상 마시라고 권한다. 식사가 부실한 노인에게도 우유는 더할 나위 없는 칼슘·단백질 공급원이다.

 전립선암은 호두만 한 크기의 장기에 생기는 대표적인 남성암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 대형병원에서 한 달에 한두 명 볼까말까 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환자 수가 연평균 15%씩 증가하고 있다. 2004년 이후엔 남성암 중 발생 순위 5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우리나라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데다 전통음식을 홀대하고 서구식 선호도가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동물성 지방(포화 지방)과 적색육이 전립선암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데 대해선 의료계에서 이론이 거의 없다. 1993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진은 쇠고기·돼지고기 등 적색육을 즐기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그렇다면 우유와 전립선암은 어떤 관계일까?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새해 초에 나왔다. 재미 한국인 학자가 주도한 이 연구는 전립선암에 관한 한 우리보다 훨씬 민감한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저지방 우유를 웰빙 식품으로 굳게 믿어왔던 미국의 소비자는 혼란과 충격에 빠졌다.

 “저지방이나 무지방 우유의 섭취가 전립선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것”이 연구의 결론이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8만여 명의 남성(45∼75세)을 8년간 추적 조사한 것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만약 우유가 ‘유죄’라면 함유된 칼슘 탓일 것으로 추정한다. 우유의 칼슘이 비타민 D의 혈중 농도를 낮춘 결과라는 것이다. 비타민 D는 비타민 E·셀레늄과 함께 전립선암 예방을 돕는 3대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성은 이 우유 논란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전형적인 칼슘 섭취 부족 국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설정한 하루 적정 칼슘 섭취량은 0.7g인데 이를 채우는 남성은 많지 않다. 결론적으로 전립선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우유를 멀리 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

 전립선암 예방을 돕는 식품으론 단연 토마토가 최고다. 1995년 하버드대 연구팀은 토마토 소스를 매주 2∼4번 소비하는 남성은 전혀 안 먹는 남성에 비해 전립선암 발생 위험이 34%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토마토를 익혀 먹으면 암 예방의 주역인 라이코펜(항산화 성분)을 더 많이 섭취할 수 있다는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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