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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의 지방화바람-내고장대학 보내기 異色운동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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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사람이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던 시대는 끝났다.이제 대학도 내고장에서….』 양반고을이자 교육도시인 대구에서 「내고장 대학보내기」라는 이색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교육시장 개방및 본격적인 지방화시대와 맞물려 있는 이 운동은처음에 인재를 서울로 빼앗기지 않으려는 지방대학을 중심으로 펼쳐지다 이제는 지역사회 각계 각층으로 파급되고 있다.
이 운동은 대구시의회가 추진해 온 「대구학숙(大邱學塾)」 건립문제가 발단이 됐다.
대구시의회는 대구출신 서울유학생들을 위해 지난해 6월 서울에기숙사를 짓기로 의견을 모으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시예산 1백억원,출향(出鄕)인사및 시민모금등 모두 2백50억원이 들어갈 학숙건립에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숙사 건립 논의는 거의 백지화된 상태다.
대구시가 빠듯한 예산사정을 들어 난색을 보인 것도 하나의 원인이지만 지방화바람이 불면서 지역의 대학을 키우기 위해 우수한자녀들을 내고장 대학에 보내자는 움직임이 시민들 사이에서 공감대를 넓여가고 있기 때문이다.경북대 박찬석(朴贊 石)총장은『지역대학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지역총생산의 25%에 달한다』고 전제하고『지역대학이 인재.재정적으로 퇴보할 경우 지역경제역시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역교육계 인사들 역시 『우수한 학생이 지역대학에 진학해 봉사할 때 지역발전을 기대할 수 있고,그것이 궁극적으로는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며 학숙건립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무엇보다도 오는 6월의 4대 지방선거등 지방자치제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 이같은 분위기 확산에 가장 큰 몫을 하고 있다.
말로는 지방화를 외치면서도 실제행동으로는「사람은 서울로…」 하는 것을 이제 끝내야 한다는게 지역의 일반적 분위기로 자리잡혀 가고 있다.
朴총장은 얼마전 방한(訪韓)한 미국의 「컴퓨터황제」 빌 게이츠의 말을 빌려 『손끝에서 세계정보를 얻는 마당에 중앙.지방의차이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서울지향의 생각을 바꾸어야한다.인재를 잡아두어야 한다.지역의 인재를 잡 기 위해서는 지역의 대학을 더욱 키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한다.
[大邱=洪權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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