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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 핵카드 대가 연연마라"

중앙일보

입력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 제2차 6자회담이 25일부터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다. 고농축 우라늄(HEU) 핵 개발 문제, 북.미관계 개선, 일본인 납치자 가족 문제 등 실타래처럼 꼬인 현안들을 회담이 어떻게 정리해 낼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회담 참가국의 당국자와 전문가들에게서 회담전략과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6자회담을 앞둔 미국의 분위기는 '일단 기대는 하겠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0일 비공개 브리핑에서 "북한은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카드를 빌미로 무엇을 얻어낼지 궁리하는 전술적 결정이 아니라 핵을 보유할 것인지, 포기할 것인지를 큰틀에서 전략적으로 결단하라는 얘기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프린스턴 대학에서 "핵무기가 북한을 더 안전하거나 부유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핵포기 의사가 분명할 경우 얼마든지 신축적 자세를 보일 수 있다는 게 미국 입장이다. 파월 장관이 양국 간에 "정례 실무그룹이 구성됐으면 한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는 "결국은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제적인 핵확산을 주도한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는 북한에 우라늄 농축 기술을 제공했다고 시인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농축 우라늄 부분을 계속 부인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결국 핵포기 의사가 없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북한에 대해 미국이 독자적으로 해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으며, 경제 지원이든 안전 보장이든 간에 모두가 다자틀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 북.미 직접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그는 "북한도 리비아의 모델을 따르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덧붙였다.

회의론도 적지않다. 돈 오버도퍼 존스 홉킨스대 교수는 "북한이 결국 핵보유 선언을 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회담 정례화'가 1차 목표

◇중국=어떻게 해서든 이번 만큼은 '성과'를 내겠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두번씩이나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개최하고도 또다시 빈 손으로 끝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얼음 석자가 하루 추위에 생긴 것이 아니다(氷凍三尺 非一日之寒)' 라는 인식하에 회담을 야금야금 끌고가겠다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 베이징의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6자회담의 정례화'가 1차 목표다.

발표문도 못내고 막을 내린 1차 회담과 달리 무엇인가 진전이 있었다는 점을 확실히 해 회담의 존재 이유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중국은 6자회담 순회 개최도 타진할 방침이다.

중국은 문제의 핵심인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핵개발 문제와 관련, 이번 회담에서 커다란 돌파구가 마련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은 또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가 이번 회담에서 일본에 의해 거론될 수는 있지만 주요 이슈로 등장, 회담 분위기를 깨는 일은 막겠다는 입장이다.

"어렵지만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다. 향후 1년반 안에 큰 진전이 있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이번 회담에서 우선 성과가 있어야 된다." 중국의 국제전략연구원의 장롄구이(張璉)교수의 말이다.

*** 공동선언 채택도 가능

◇러시아=러시아의 입장은 '조심스러운 낙관론'으로 압축된다. 6자회담 러시아 수석대표인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차관은 지난 19일 현지 언론과의 회견에서 "큰 진전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이번 회담에서 어떤 합의가 도출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상황을 동결하고 협상을 지속하며, 북핵 문제의 구체적 해법 마련을 위해 실무그룹을 구성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동성명이 채택될 것으로 전망했다. 러시아는 6자회담 협상 테이블에서 중국과 공조해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접근시키는 중재자 역할을 할 방침이다. 회담 참가국들 중 모스크바에 대한 평양의 신뢰가 높은 데다 미.러 간 대화 채널도열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 실무위 설치 합의 했으면

◇일본=일본엔 핵 문제와 함께 납치 문제도 큰 안건이다. 두 건 모두 '해결의 실마리'만 보이면 회담은 성공이라 보지만 낙관하진 않는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외상은 22일 "어떤 내용이든 합의문서나 핵폐기 작업을 논의할 실무위원회 설치에 합의하면 가장 좋겠다"고 말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23일 "핵 문제의 최대 초점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계획"이라며 "2002년 10월 미국에 HEU 계획을 부인했던 김계관(金桂寬) 외무성 부상이 이번 회담의 대표여서 공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납치 문제에 대해선 북한이 최근 "일본이 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내면 일본의 참여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한 점을 들어 전망을 밝게 보지 않는다. 외무성은 북한의 '소매 끝을 붙잡아서'라도 차기 양국 협의 일정이라도 잡는 것을 최저 목표로 정했다. 이 문제에 진전이 없으면 일본에선 대북 경제제재 여론이 높아질 전망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kimch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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