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브프라임 위기 확산 … 메릴린치 손실 150억 달러 추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11일 코스피지수가 ‘메릴린치 쇼크’로 이틀 연속 하락하며 지수 1800선이 무너졌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이달 말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약발은 잠깐뿐이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국제 투자은행의 손실이 예상 밖으로 클 것이란 소식에 투자 심리가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은 급속히 힘을 잃었다.

 ◆대내외 악재에 심리적 저지선 깨져=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도 쏟아지는 국내외 악재엔 속수무책이었다. 주가는 올 들어서만 114.86포인트(6%)가 빠졌다. FRB의 금리 인하 소식으로 이날 한때 지수는 1850선까지 올랐다.

하지만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메릴린치의 서브프라임 손실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150억 달러에 이른다는 소식에 증시는 힘없이 무너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300억원 이상의 매물을 쏟아냈다. 개인투자자들이 2400억원어치를 사들였으나 역부족이었다. 중국 상하이지수를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누적돼 온 대외 악재가 한꺼번에 불거진 데다 국내 물가 불안까지 지수 하락을 부채질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채권시장에선 오래간만에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국채를 대거 사들인 덕분이다.

 ◆버냉키, “금리 인하” 준비 중=버냉키 의장은 10일(현지시간) “성장과 경기 하강의 위험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인 추가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은 FRB가 29∼3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릴 것이란 신호로 해석됐다. 이 경우 4.25%의 금리가 3.75%로 낮아진다. FRB는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렸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성장은 다소 둔화되겠지만 경기 침체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의 지나친 비관론을 경계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다르다.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는 9일 투자자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미국 경제가 침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FRB가 기준금리를 3분기까지 2.5%로 대폭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경고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이날 무디스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의료보험과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에 가장 심각한 위협을 주고 있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긴급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10년 안에 미국의 최고 신용등급은 박탈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신용등급이 처음 부여된 지난 1917년부터 내내 최고 등급(AAA)을 유지해 왔다.

김준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